[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면역관문억제 기술을 활용한 항암제가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내에서 네번째 면역항암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허가를 받았다. 환자 생존권 보장과 치료 옵션 증가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전량 수입 제품이란 점은 과제로 남아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총 4종의 면역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가 식약처 승인을 획득했다. 앞서 국내 시장에 진입한 BMS·오노의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와 MSD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로슈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에 이어 지난 4일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 등이 허가를 받았다. 국산 기술로 개발한 면역관문억제제는 전무한 상태다.
1세대 화학항암제와 2세대 표적항암제를 잇는 차세대 항암제로 꼽히는 면역관문억제제는 환자의 면역체계를 활용해 부작용이 적고 생존기간을 늘린 것이 특징인 치료제다. 암 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까지 죽이는 부작용이나 대상이 제한적인 1·2세대 항암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양한 암종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관련 기술은 인류 생존에 가장 큰 위협으로 받는 질병인 암 정복을 위한 획기적 대안으로 떠오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혼조 다스쿠 교수는 "오는 2030년에는 암이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병이 아니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혼조 교수는 면역관문억제제의 기반이 된 면역세포 표면에서 암 세포를 공격하는 단백질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임스 앨리슨 텍사스대 교수와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인물이다.
두 교수의 노벨상 수상으로 더욱 주목받은 면역관문억제제 시장은 그 규모 역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5년 약 19조원 수준이던 면역관문억제제 시장은 오는 2020년 40조원, 2022년 80조원 이상으로 성장이 전망된다. 대표 면역관문억제제로 꼽히는 키트루다와 옵디보는 올 상반기에만 각각 3조원대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이 같은 흐름에 국내사들 역시 면역관문억제제 개발에 힘을 싣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유한양행이 지난 2월 면역항암제 'IMC-001'에 대한 임상 시험계획을 승인 받았고, 자회사 바이젠셀을 통해 'VT-EBV-201'을 개발 중인 보령제약이 오는 2021년 2상 완료 계획을 갖고 있는 정도다. LG화학은 지난달 12일 미국 바이오기업 큐바이오파마와 면역항암제 3종을 개발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황이다.
그나마 GC녹십자셀의 경우 이미 지난 2007년 면역항암제 '이뮨셀-엘씨'로 식약처 품목 허가를 받은 뒤 최근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적응증을 늘려가고 있지만, 면역관문억제제가 아닌 세포치료제라는 차이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1년 본격적인 시장이 열린 점을 감안하면 국내사 개발 속도가 늦은 감은 있지만,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시장 지속 성장과 현재 연간 1억원에 달하는 처방 비용을 국산 치료제 자급화로 다소 안정화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사들의 개발 무게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면역관문억제제가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으며 국내에도 총 4종의 치료제가 품목허가를 획득했지만 전량 수입 제품에 의존하고 있어 자급화가 과제로 꼽힌다. 울산대병원 항암주사실 전경. 사진/울산대병원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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