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셀트리온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리툭시맙 시밀러 시장 선점에 성공하면서, 추가 미국 진출을 노리고 있는 국산 의약품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방대한 시장 규모는 물론,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품질의 시험대가 되는 만큼 현지 공략을 위한 국내사들의 노력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과 SK바이오팜 등 최근 미국 진출을 위한 가시적 성과를 도출한 기업을 비롯해 GC녹십자, 대웅제약, 한미약품 등 국내 주요사들이 미국 시장 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의약품 시장은 지난해 약 480조원으로 전체 글로벌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 시장으로 꼽힌다. 규모적 측면에서 매력이 있을 뿐 아니라 엄격하기로 정평난 식품의약국(FDA) 허가 기준은 해당 의약품이 글로벌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바로미터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따라서 포화에 가까운 내수시장을 넘어 해외 진출을 노리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동시에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
미국 시장에서 과거 국내 기업들은 복제약이나 개량신약 정도로 일정 매출을 확보하는 소극적 경쟁에 임해왔다. 하지만 지난 2003년 LG화학의 항생제 '팩티브'가 FDA 허가를 획득하며 미국 진출 국산 신약의 물꼬를 튼 이후 지속적인 R&D 투자를 바탕으로 시장을 선점하는 퍼스트무버가 되는가 하면, 자체 개발 신약으로 당당히 시장 문을 두드리는 수준까지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이날 5조원 규모 미국 리툭시마 바이오시밀러 시장 내 퍼스트무버로 이름을 올린 셀트리온이나 지난 26일 FDA에 자체 개발한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세노바메이트'의 판매허가를 신청한 SK바이오팜 등이 대표적 사례다. 미국과 유럽 등 의료 선진국 대비 한 수 아래로 꼽히는 기술과 자본력에 신약 개발 기술을 갖추고도 기술이전 정도에만 그쳤던 기조 역시 SK바이오팜처럼 개발부터 생산·판매까지 총괄해 보다 큰 기대이익을 노리는 모습으로 변화 중이다.
대형 국산 기술수출 선두주자로 꼽히는 한미약품은 내년 성과 기대감이 가장 큰 국내 제약사 중 하나로 꼽힌다.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의 연내 FDA 시판 허가 신청과 항암 신약 '포지오티닙'의 내년 1분기 미국 혁신치료제 지정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롤론티스의 경우 타깃 시장이 5조원 규모에 달하는 데다, 자체 바이오신약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신약 중 상용화 첫 테이프를 뗄 가능성이 커 내부 기대감도 상당하다.
GC녹십자는 지난 9월 FDA 품목허가에서 고배를 마신 혈액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로 재도전에 나선다. 당초 연내 품목허가 승인이 기대됐지만 제조 공정 자료 추가 보완에 발목이 잡혀 변수가 생겼다. 하지만 이미 국내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시판 중인 제품인 만큼 제품 자체 유효성 및 안전성에 대한 위험도는 적은 상황이다. 일정 연기는 불가피하지만 FDA와의 소통을 통해 내년 허가를 목표로 일정을 조율 중이다.
대웅제약 '나보타'는 국산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가운데 가장 빠른 미국 진출이 전망된다. 지난 5월 FDA로부터 최종 보완요구 공문을 수령한 뒤 8월 조치를 마치고 허가 재신청을 마친 상태다. 내년 2월을 심사 완료 목표일로 잡고 본격적인 글로벌 판매를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국산 기업들이 장악중인 국내 시장과 달리 세계 1위 업체 앨러간이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지만,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틈새시장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앞서 한 차례 대박을 터트린 SK바이오팜과 셀트리온 역시 다음 주자가 대기 중에 있다. SK바이오팜은 수면장애치료제 '솔리암페톨', 셀트리온은 유방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의 연내 FDA 품목허가를 기대 중이다. 허쥬마의 경우 경쟁약물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온트루잔트' 역시 품목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 진출은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대표적 선진 시장에 뛰어들 자격을 갖춘 업체라는 평가가 부여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약가 구조 측면에서도 민간보험이 비용을 지불해 정부가 약가를 결정하는 국내에 비해 제약사에게 유리한 만큼 명문과 실리 측면에서 모두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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