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20세 칼리드가 춤으로 말했다, 청춘 그리고 성장
서울 한남동서 첫 내한 단독 공연…2000여 관객들과 호흡
2018-10-26 13:24:40 2018-10-29 17:37:18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흡사 80년대 TV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환영이 일었다.
 
밝은 형광 바지를 입은 칼리드(Khalid)가 무대 왼편 천막에서 튀어나온 직후였다. 통통 튀는 신스음에 맞춰 선보이는 힙한 갈지자 춤과 DDR 게임을 연상시키는 화면의 출렁임. 레트로한 서정으로 한껏 물든 공연장에 이윽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청춘의 성장 이야기가 울려 퍼졌다. 
 
“내 어깨의 스트레스를 다 떨쳐내고/ 좋은 날을 보낼 거야/ 좋은 날을/ 왜냐하면 난 아직 18살이니까”<곡 ‘에이틴(8teen)’>
 
25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린 칼리드의 첫 내한공연. DDR 게임을 연상시키는 화면이 스크린에 나타나 있다. 사진/에이아이엠(A.I.M)
 
칼리드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핫한 R&B 가수로 평가 받고 있는 ‘괴물 신예’다. 1998년생인 그는 음악을 좋아했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중, 고교 시절부터 폭넓은 음악관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2016년 사운드 클라우드에 곡 ‘로케이션(Location)’을 올리면서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이 곡은 그 해 빌보드 R&B 차트 2위에 올랐고 그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린 계기가 됐다. 
 
지난해 낸 첫 정규 앨범 '아메리칸 틴(American Teen)'은 그를 세계적인 뮤지션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이 앨범으로 그는 '2018 빌보드 뮤직 어워즈' 신인상과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2018'의 '최우수 솔/R&B 남성 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했다. 최근 음악계에서는 그를 프랭크 오션, 위켄드를 잇는 차세대 실력파 R&B 뮤지션으로 주저 없이 꼽는다.
 
특히 R&B와 소울 경계를 넘나들며 특유의 바이브레이션을 구사하는 건 그 특유의 장기다. 공연장에서는 레트로한 패션, 댄스, 연출로 이런 음악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낸다. 25일 저녁 8시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첫 내한 공연 역시 초반부터 그 만의 개성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미국 R&B 뮤지션이자 싱어송라이터 칼리드. 사진/에이아이엠(A.I.M)
 
이날 ‘에이틴(8teen)’으로 무대를 연 칼리드는 ‘윈터(Winter)’, ‘아메리칸 틴(American Teen)’ 등 춤을 추며 세 곡을 내리 부른 후에야 관객들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왓츠업 코리아! 재밌게 잘 즐기고 있나요?”
 
2000여 관객이 함성으로 화답하자 스무살답게 수줍고 순박한 웃음도 그대로 터뜨렸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받아 본 사랑 중에 가장 큰 사랑 같아요. 흐흐흐. 사랑해요. 코리아“ 관객들도 덩달아 웃었다. 
 
이어 '코스터(COASTER)', ‘테라피(Theraphy)’, ‘영 덤 앤 브로크(Young Dumb & Broke)’, ‘러브 라이즈(Love lies)’, ‘렛츠고(Let’s go)’ 등 그의 청춘과 성장의 서사를 담은 곡들이 차례대로 이어졌다.
 
첫 내한 공연이기 때문인지 새로운 곡들도 대거 무대에 올렸다. ‘샤이닝(Shining)’을 부르기 전에는 “이제까지 공연한 적이 없는 곡”이라며 “여기서 듣는 당신들이 제일 처음으로 듣는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또 이날 발매된 새 EP 앨범 ‘선시티(Suncity)’의 수록곡 ‘베터(Better)’를 들려줄 때는 “역시 새로운 곡인데 아까 만난 팬(‘밋앤그릿’ 행사에서 만난 팬)이 이 곡이 제일 좋다고 하더라”라며 기뻐했다.
 
미국 R&B 뮤지션이자 싱어송라이터 칼리드. 사진/에이아이엠(A.I.M)
 
신인답지 않게 완급 조절 역시 뛰어났다. 트레이닝복을 맞춰 입은 4명의 댄서와 함께 방방 뛰는 춤을 선보이는가 하면, 때론 무릎을 꿇고 앉아 애절하게 바이브를 구사하기도 했다. 객석에선 그의 고음이 발사될 때마다 양 검지손가락을 치켜들며 환호하는 팬들이 눈에 띄었다.
 
역설적으로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모든 공연이 끝난 뒤였다. 알찬 구성으로 1시간 무대를 꽉 채운 칼리드는 “라스트 송”이라며 앵콜 곡을 마치고 무대 뒤로 내려갔다. 셋 리스트에 예정됐던 모든 곡이 끝난 상황에 스텝들이 악기들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무대 아래에는 떠나는 관객 절반과 남겨진 관객 절반 정도가 있었다. 
 
미국 R&B 뮤지션이자 싱어송라이터 칼리드. 사진/에이아이엠(A.I.M)
 
앵콜을 외친지 10분 정도 지났을까. 불현듯 백색의 단촐한 조명이 켜지고 무대 복장의 그가 “흐흐” 웃으며 올라왔다. “오케이 여러분들을 위해서 한 곡만 딱 더 할게요. 이 곡은 반주 없이 그냥 부를건데, 그래요. 나도 사랑해요.”
 
반주 없이 생목으로 그가 ‘킵 미(Keep Me)’를 부르기 시작했다. “네 마음 속에/ 날 네 마음 속에 담아줘/ 날 살아있게 만들어줘/오오오”
 
중추 신경에 흐를 정도의 짜릿한 바이브가 집으로 향하던 관객들의 발걸음을 돌이켰다. 벌스(Verse)에서 코러스(Chorus)로 향하는 구간 마가 뜰 때 박수로 박자를 유도하는 관객들의 모습에 그 역시 미소로 화답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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