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4일 국회를 찾아 “기업에 활력을 주는 법안이 필요하다”며 잠자고 있는 규제개혁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박 회장이 국회를 찾은 건 20대 국회 들어서만 벌써 9번째다. 정부와 국회에 규제개혁 과제를 건의한 횟수로 치면 39번이나 된다.
박 회장은 이날 오전 문희상 국회의장과 회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문 의장에게 성실한 기업들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와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등의 선진국형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며 “재정을 담당하는 것은 기업의 역할이고 기업이 역할을 역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국회가 도움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상의회장을 맡은 5년 내내 대한민국 경제는 골든타임이었다”며 “빨리 바꿔야한다. 결국 장기적으로 (경제는) 하향 추세고, (기업들도) 서서히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러는 동안 중국은 이미 우리가 추격해야 하는 경쟁자가 됐다”며 “다이나믹 코리아라는 이야기도 별로 들리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박 회장은 기업들이 처한 대내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법안이나 새로운 기회에 달려드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법안들을 덜어 내주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법들은 속도를 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구체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구조조정 특별법, 규제프리존 및 경제특구법, 상가임대차보호법 등을 일일이 언급했다.
박 회장은 “이 많은 법안들이 단 하나도 통과가 안됐다. 이 법안들이 다 악법이고 다 가치가 없는 것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허탈감과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규제 법안들을 폐지하고 경제주체들이 역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주면 우리나라가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하나씩 풀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회장은 이날 오후에도 여야 지도부 인사들을 잇달아 만나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는 각종 규제개혁 법안을 처리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20대 국회만 해도 1000건이 넘게 기업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규제 법안은 700건씩 늘어나는데 반해 기업 활력을 돕는 법안은 300건이 발의돼 통과가 안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큰 그림에서 자유롭게 일을 벌릴 수 있도록 국회가 도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6일 한 차례 더 국회를 찾아 여야 의원들에게 경영계의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이 4일 오전 국회에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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