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31일 오전 8시30분. 무소속 원희룡 제주지사 후보가 제주시청 정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시민들과 악수하기 바쁘다. “안녕하세요. 원희룡 도지사입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원 후보는 아직까지 도지사 직함이 익숙한 듯 보였다. 주변 시민들도 이러한 원 후보를 여전히 현역 도지사로 반기는 듯 했다. 한 차량에서는 “도지사님 파이팅입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날 흰 점퍼를 입고 나타난 원 후보의 발걸음은 가벼워 보였다. “선거 첫날인데 힘내야죠. 오늘은 시청 버스정류장 앞에서 먼저 인사를 드리려고 한다.”
원희룡 제주지사 후보(왼쪽)가 31일 오전 제주시청 앞 버스정류소에서 시민과 인사하며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사진/박주용 기자
이날 원 후보가 첫 번째 유세장소로 정한 곳은 제주시청 앞 버스 중앙차로제 거리였다. 그는 이날 버스 447번을 직접 타고 제주대학교로 향했다. 원 후보는 “제주대 축제가 오늘 마지막 날이라고 한다”며 “끝나기 전에 젊은 기운을 느끼고 가겠다”고 했다. 버스 맨 뒷자리에 앉은 원 후보는 대학생 2명과 대학교 축제와 관련해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다가 청년 창업으로 주제가 옮겨졌을 때 원 후보의 표정도 진지해졌다. 그는 “제주 청년들의 취업 훈련을 지속적으로 돕겠다”며 “청년들이 특히 어려워하는 게 집값 문제인데 공공기숙사, 행복주택, 청년임대주택을 통해 집값 부담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청년들을 응원하고 여러분은 저를 응원해달라”며 자신에 대한 지지 당부도 잊지 않았다.
원희룡 제주지사 후보가 31일 오전 제주시청 앞 버스정류소에서 버스에 탄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박주용 기자
사실 원 후보의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는 공약으로 나타난다. 그의 대표 공약 1, 2, 3호가 모두 청년일자리 관련 내용이다. 정규직 청년일자리 1만개 창출, ‘더 큰 내일센터’ 설립, 종합 고용복지 안전망 구축이 핵심이다.
원 후보는 제주대 정문에서 대학생들의 등교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자신의 ‘기호 7번’을 강조하기 위한 손짓을 연습했다. 무소속으로 이번 선거에 나선 원 후보는 기호 7번을 부여받았다. 그동안 정당 번호로 1, 2번을 달고 선거에 나섰던 것에 비해 7번이라는 숫자가 약간은 어색한 듯 보였다. 학생들이 한두명씩 등교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카메라가 원 후보를 향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정문을 돌아서 간다. 원 후보는 “카메라 때문에 학생들이 피한다”고 웃음을 보였다. 원 후보는 자신이 직접 학생들에게 다가가 지지를 부탁했다.
원희룡 제주지사 후보(가운데)가 31일 오전 버스 안에서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주용 기자
젊은층에 대한 원 후보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 덕분일까. 최근 원 후보는 젊은층 지지율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KBS제주방송총국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6~2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후보와 비교해 20~30대 지지율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40대 지지율은 원 후보 41.1%, 문 후보 42.2%로 팽팽하게 나타났다.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대체로 젊은층에서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60세 이상에서는 원 후보가 문 후보와 비교해 30%포인트 이상의 지지율 차이를 내며 높은 지지를 얻었다. 이날 현장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느껴졌다. 제주대 근처에서 원 후보를 만난 한 70대 남성은 “평소에 좋아했는데 이제는 중앙무대에서 뛰어야 하지 않느냐”며 응원했고, 버스 차고 근처에서 청소 일을 하는 60대 여성도 원 후보를 끌어안으며 “지사님 그동안 고생했다. 이렇게 인물이 좋은데 한번 더 해야지”라고 지지를 표했다.
원희룡 제주지사 후보(왼쪽)가 31일 오전 제주대 정문 앞에서 대학생과 악수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박주용 기자
제주시에서 알아본 민심도 이와 비슷했다. “우리 원희룡”이라고 지칭하는 어르신들이 여럿 있었다. 제주 중앙여고 근처에서 만난 60대 남성 고모씨는 “제주 촌놈이 서울 양천구에서 국회의원 3선이나 했다”며 “제주 출신으로서 대권주자로 이름을 거명할 수 있는 인물이 제주에서 원희룡이 처음”이라고 했다. 원 후보의 선거 사무소로 이동하던 중에 만난 50대 남성의 택시기사도 “원희룡이 특별히 모나게 하는 것도 없고 싹싹하고. 어르신들이 많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중교통(버스) 우선차로제에 대해선 다소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원 후보 선거사무소 근처에서 만난 60대 여성의 작가 한모씨는 “주변 버스를 봐라. 텅텅 비었다”고 했고 자영업을 하는 70대 남성도 “버스 넘버(번호)가 다 백단위 이상이다. 한자리수 버스 번호가 없다”며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이걸 어떻게 외우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원 후보도 대중교통체계에 대한 일부 비판에 대해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변화의 과정에서 따를 수밖에 없는 여러 불편들 때문에 도민들에게도 진통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있었던 소통 부족 등 비판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시민(왼쪽)이 31일 오전 제주대 근처 버스 차고에서 원희룡 제주지사 후보를 만나 끌어안고 있다. 사진/박주용 기자
원 후보는 오후에 제주MBC에서 열린 제주지사 후보 초청 토론회를 마친 후 KCTV 개표방송 촬영 일정을 소화했다. 이어 저녁에 열린 출정식에선 “제주가 커지는 꿈, 도민과 함께하는 원희룡이 되겠다”며 본격적인 선거운동의 첫발을 내딛었다.
원희룡 후보 약력 ▲1964년 제주 출생 ▲서울대 법학과 ▲서울·여주·부산지검 검사 ▲16·17·18대 국회의원 ▲37대 제주지사
제주 중앙로에 위치한 원희룡 제주지사 후보의 선거사무소. 사진/박주용 기자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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