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차그룹이 오는 29일 현대모비스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놓고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되면서 현대차그룹은 기존 주주환원정책 외에 추가카드를 마련해 내놓을 예정이다.
20일 현대차와 재계 등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 15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현대차가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미국에서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투자설명회(IR) 일정과 겹치면서 재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IR에 참석해 직접 설득에 나설 것으로 추측했다.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국 현지 점검을 위해 출장을 갔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등도 찾았지만 IR에는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18일을 기점으로 숨고르기에 돌입한 상황이다. 내부에서는 현대모비스 시장가치 하락에 대한 시장과 주주들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추가적인 주주환원정책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6일 임영득 현대모비스 대표, 17일 이원희 현대차 대표가 주주들에게 그룹 개편안에 대한 지지를 호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사례처럼 임직원들이 직접 주주들을 찾아 위임장 등을 받을 것으로도 예측됐지만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기존에 발표한 주주환원정책의 효과가 미미하고 국민연금이 개편안에 대한 결정을 앞두면서 주주환원 관련 추가 카드 제시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대차그룹이 마련하고 있는 추가카드의 수위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시장에서는 기존에 발표한 주주환원정책이 미미했다고 지적한다. 현대차가 지난달 27일 9600억원 규모, 현대모비스는 이달 2일 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등을 포함한 주주환원정잭을 발표하며 진정에 나섰지만, 주가는 지난달 27일 24만6500원에서 이달 18일 23만9000원으로 하락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금액인 23만3429원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마저 제기되면서 임시 주총 이전에 주가 부양이 절실해졌다.
국민연금이 조만간 의결권전문위원회에서 의결권 지침 방향을 정하기로 한 점도 현대차그룹의 추가카드 발표를 재촉한다. 지금까지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 글래스루이스를 비롯해 국민연금과 자문계약을 맺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이 개편안에 반대 권고를 했다. 찬성 의견을 보인 곳은 키움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등에 불과, 이번 분할합병안의 키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이 결론을 내기 전에 추가카드가 필요하다 게 업계 전반적인 분위기다.
국민연금의 방향에 대해서는 찬성 쪽 의견이 많다.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개혁 핵심인 순환출자 해소 및 일감몰아주기 근절 방침을 반영해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긍정적 평가를 했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이 제동을 걸기에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개편안 과정에서 정몽구 회장 일가가 1조원이 넘는 양도소득세를 감수한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이 반대할 명분은 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해 개편안이 무산되면 정부의 재벌개혁 기조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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