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던 날 대한건설협회는 ‘건설통일포럼’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설통일포럼은 대형 건설사와 연구기관, 시민단체 등 약 100명의 전문가로 구성돼 오는 8일 첫 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간 철도 연결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등 남북 경제협력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업계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통일포럼은 앞으로 통일 한국의 국토를 재건할 '한반도 개발 청사진'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청사진에는 남북한을 잇는 철도 및 도로, 항만 등 교통시설 구축과 산업단지 조성, 발전시설 확충, 도시개발, 관광단지 개발, 경제특구 조성 등 실질적인 실행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문재인정부가 이미 제시한 바 있는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맥이 닿는다.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동해안과 서해안, 남북 접경지역을 H자 모양의 산업벨트로 묶는다는 구상이다.
건설업계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전후해서 진행돼 온 주변 정세의 흐름으로 미뤄볼 때 결코 공허한 계획이 아니다. 우리 건설업체의 선제적이고도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의 교통이 불편하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민망하다는 표현까지 썼다. 남측의 고속철도에 비해 북한의 기반시설은 열악하기 짝이 없음을 깊이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의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개선에 남측의 지원을 받고 싶은 속마음을 드러낸 것으로도 읽혀진다. 이는 김 위원장이 왜 지금 비핵화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지 추정하게 한다.
남북은 이번에 발표된 판문점선언에서 남북경제의 균형발전과 공동번영이라는 목표를 명시했다. 특히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했다. 남북 정상 사이에는 향후 남북한 경제의 균형발전을 위해 북한 사회기반시설 강화가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따라서 주변 정세여건이 허락하기만 하면 우리 건설업체들의 할 일이 상당히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건설 뿐만 아니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물자가 부족한 나라다. 그나마 있는 물자의 품질도 조악하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제조업이나 농수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남한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정부가 다할 수는 없다. 정부는 평화로운 환경을 조성·담보하고 기업들이 뛰어다니면 된다.
이것이 북한에만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에게는 새로운 시장과 투자대상이 열리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미 굴지의 기업들이 철도와 통신, 건설 등의 분야에서 북한을 예의주시하며 전략 마련에 나섰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게도 기회는 열린다. 개성공단에 진출했던 기업은 주로 중소기업이었고, 모두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또 장차 통일이 될 때 발생할 통일비용의 부담을 사전에 조금씩 분담하고 완화하는 효과도 갖는다.
문제는 북한의 기반시설을 보강하는 과정에 소요되는 재원 마련이다. 우선은 남북경협기금을 활용하면 된다. 올해 3월 말까지 조성된 남북경협기금은 13조8609억원에 이른다. 그렇지만 앞으로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되면 훨씬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 주변국가와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의 지원도 필요하다. 이런 지원을 얻으려면 북한의 비핵화가 선행돼야 한다.
북한 비핵화의 여정은 본격화됐다고 할 수 있다. 남북 정상은 판문점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기존 핵무기까지 완전 불능화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옳은 지적이다. 그 단계까지 이르는 데 시간은 다소 걸릴 것이다. 그렇지만 원칙과 의지만 확실하면 그것으로 이미 충분하다. 불능화와 이에 따른 검증이 진행되는 동안 남북이 경제협력을 동시에 진행하면 된다.
우리 기업이 북한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투자하면서 사람과 물자의 교류가 활발해진다면 북핵은 사실상 자연스럽게 불능화된다. 설사 북한의 핵무기가 일부 남아 있어도 더는 쓸모가 없게 된다. 북한 핵무기를 최종적으로 쓸모없게 만드는 것은 바로 남북의 경제협력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평화로운 한반도의 협력과 번영이다. 그런 미래를 향한 남북의 동반 여정이 이제 시작된 것이다.
차기태(언론인)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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