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지난해 말로 예상됐던 삼성 금융계열사 CEO 인사가 계속 늦춰지고 있는 가운데 인사가 1월도 넘겨 오는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심 선고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전원 교체 기류 속에 일부 CEO가 '60세룰' 적용에 반발한 게 인사지연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삼성 금융계열사 김창수(63) 삼성생명, 안민수(62) 삼성화재, 윤용암(62) 삼성증권 사장은 60세가 넘어 60세 룰에 적용돼 모두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원기찬(58) 사장은 60세 미만이지만 자리 보전은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때 금융 CEO인사에서는 60세룰이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현재는 분위기가 180도 바뀐 상태다.
과거에는 삼성 금융사 CEO들의 계열사간 이동이 빈번했다.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만 하더라도 삼성화재 사장을 역임한 이후 삼성생명으로 옮겼다.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컨트롤타워가 없어 이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금융당국의 ‘셀프연임’ 비판이 이어지고 있어 금융계열사 CEO 순환은 어렵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삼성금융계열사 관계자는 "과거처럼 금융과 관련없는 계열사에서 새로운 CEO가 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 승진이나 생명-화재 정도의 관계사에서 부사장급 이동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CEO 인사가 늦어진 것은 '60세룰'에 대해 일부 CEO가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전자와 금융 등 전계열사에 적용되는 60세 이상 대표 물갈이 기조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인사가 늦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일 발표된
삼성물산(000830) 사장단 인사도 60세 이상 퇴진에 대한 반발로 내부진통을 겪으며 이사회가 3~4차례 연기된 뒤 열렸었다. 삼성 관계자는 "퇴임요구에 크게 반발하는 CEO가 있다고 들었다"며 "정리 대상에 본인이 포함됐다는 말을 듣고 정말 이재용 부회장의 뜻이 맞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삼성으로서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이 없어지면서 퇴직하는 CEO들의 이후 자리 마련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삼성 금융계열사 대표들은 퇴직후 금융사 고문이나 공익재단 등으로 자리를 옮겨 3년 정도 보장을 해줬는데 이제는 이런 교통정리를 해줄 조직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삼성측의 공식 입장은 금융 쪽은 다른 상장사와 다르게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거쳐야 해서 인사가 늦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배구조법 시행으로 금융계열사는 작년부터 임추위를 구성해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이사회 결의 등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이런 과정 때문에 세 달 이상 대표 인사가 늦어졌다는 것을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삼성그룹 인사팀에 몸담았던 한 퇴직자는 "지배구조법은 늦어진 인사를 해명하기 위한 좋은 핑계일 뿐"이라며 "미래전략실이 살아있었다면 이미 대상자를 정해줬을 것이고 임추위는 요식행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금융 CEO 인사가 2월로 미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부터 김창수 삼성생명, 안민수 삼성화재, 원기찬 삼성카드, 윤용암 삼성증권 대표) 사진/각사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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