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거취 질문에 "안 듣고 산다"…포스코 잔혹사 끊어낼까 이목 집중
2017-12-13 17:38:53 2017-12-13 18:25:39
[뉴스토마토 신상윤·김의중 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정·재계의 각종 관측에 대해 "안 듣고 산다"고 말했다. 임기를 끝까지 마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더욱이 심경을 밝힌 자리는 포스코의 상징과도 같은 '철의 사나이' 고 박태준 회장의 6주기 추모식이다. 정권 교체기마다 이어졌던 CEO 교체 잔혹사를 끊겠다는 생각을 고인의 묘비 앞에서 밝혔지만,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내 기류도 간단치 않아 결과는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  
 
13일 오전 8시40분쯤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엄수된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6주기 추모식'. 권 회장은 이날 추모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거취에 대한 질문에 "안 듣고 살아요"라고 짧게 답했다. 방중 경제사절단에 동행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13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엄수된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6주기 추모식'에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임직원들이 참석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부터 16일까지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도 동행한다. 권 회장의 동행 여부가 관심이었지만 포스코는 사절단에 오인환 사장의 이름을 올렸다. 포스코 관계자는 "오 사장은 중국에서 법인장으로 근무한 경험 등 중국 현지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안팎에서는 권 회장이 현 정부 들어 미국과 인도네시아 경제사절단 합류에 연거푸 고배를 마신 점을 들어 세간의 의혹이 증폭될까 오 사장을 대리 참석시킨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는 청와대 강경 기류에 밀려 참석자를 조정했을 가능성도 있다.  
 
방중 경제사절단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등 총수들이 대거 포함됐다. 총수가 수감 중이거나 고령 등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하는 삼성과 현대차, LG는 각각 윤부근 부회장, 정의선 부회장, 구본준 부회장이 대신한다. 포스코와 KT는 이번에도 사절단에 회장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사절단 동행으로 거취를 둘러싼 억측에 종지부를 찍어야 하는 상황에서 논란만 더해졌다. 두 곳 모두 과거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기업들로, 재계에서는 '주인 없는 곳'으로 인식한다. 때문에 정권 교체기마다 CEO들이 좋지 못한 모습으로 중도 퇴임해야 했고, 배경에는 어김없이 청와대가 있었다.  
 
복수의 여권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서는 기류가 충돌하는 모양새다. 포스코와 KT 모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한 까닭에 여권의 고민도 크다는 전언이다. 이로 인해 당과 청와대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도 있으며, 청와대 내에서도 이견이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최근 인사 잡음이 일자 일부 수석을 질타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과거처럼 청와대가 (민간기업 인사에)나서는 것은 적폐의 답습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여러 의견이 있지만 불법 등 사안의 경중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포스코는 1968년 4월1일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로 창립했다. 내년이면 창립 50주년을 맞는 한국 철강산업의 대표주자다. 포철의 신화를 썼으며, 2000년 10월 민영화됐다. 지난 9월말 기준 국민연금공단이 11.31%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수난사의 부침도 반복됐다. 초대 박태준 명예회장을 시작으로 황경로, 정명식, 김만제, 유상부, 이구택, 정준양 회장이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현 권오준 회장은 올해 임기 3년의 연임에 성공했다.
 
경영자로서 권 회장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권 회장이 취임했던 2014년 1분기 7313억원의 영업이익은 올해 3분기 1조125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215개에 달했던 계열사들은 180개까지 줄었다. 부채비율도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인 68.1%로 낮췄다. 중국의 철강 공급과잉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에서도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10월에는 세계철강협회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신상윤·김의중 기자 new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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