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국민의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에서 손학규 전 대표가 변수로 부상하며 당내 경선구도가 출렁이고 있다. 선거인단 사전 모집 없는 현장투표 비율이 80% 반영되면서 조직 동원력이 경선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중요 요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판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듯 안철수 전 대표의 우세 국면이지만 이른바 '대세론'이 그대로 유지될 것인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손 전 대표 측은 적극적 지지층의 참여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안 전 대표가 생각보다 당내 조직이 강하지 않다는 사실이 각종 선거에서 드러났으니 국민의당 당원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호남 민심만 잡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에서 호남 의원들의 지지를 받은 주승용 의원이 안 전 대표가 지지한 김성식 의원을 큰 표차로 누르고 당선된 것이나, 지난 1월 전당대회 결과 안 전 대표 쪽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시도당위원장 선거에서 선전하지 못한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호남 중진 의원들의 선택이 변수로 꼽히지만 안 전 대표가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안 전 대표에게 당내 10여명의 의원들이 합류했으나, 송기석·이용주 의원 등 대부분 초선 의원들이다. 여기에 조직을 관리하는 지역구 의원보다 비례대표 출신 의원이 더 많다. 중진 의원들이 안 전 대표 쪽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반면 손 전 대표 측에는 호남 출신의 유성엽 의원(3선·전북 정읍·고창)이 경선대책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동철·황주홍 의원을 포함해 호남 출신 의원 중 상당수는 민주당 시절 손 전 대표와 가깝게 지냈다. 소위 친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다른 정당에도 두루 포진돼 있어 이들이 조직적으로 힘을 실어준다면 손 전 대표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현장투표는 투표소에 신분증을 지참해 오면 누구에게나 투표권을 주기 때문에 민주당을 비롯한 다른 조직이나 세력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이른바 역선택 문제다. 민주당 경선은 선거인단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역선택을 하더라도 그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규모가 작은 국민의당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안 전 대표보다 손 전 대표가 한결 더 상대하기 수월할 것이라고 판단할 경우, 전략적으로 손 전 대표를 뽑기 위해 대거 투표장에 나설 수 있다.
안 전 대표 측에서는 경선이 민심 반영보다는 조직 선거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최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팬클럽인 ‘반딧불이’가 안 전 대표를 지지하고 나선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반 전 총장을 지원하기 위해 구성된 ‘대한민국 국민포럼’ 주요 인사들도 안 전 대표 지지 의사를 밝히며 힘을 보탤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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