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재벌 기업들이 올해 선임한 사외이사 중 절반가량이 대학교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국세청 등 권력기관 출신의 '힘센' 사외이사 위세도 여전했다.
(이미지제작=뉴스토마토)
9일 재벌닷컴이 10대그룹 소속 상장사들의 올해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공시된 신임·재선임 사외이사 후보 126명을 분석한 결과, 교수 출신은 57명으로 45.2%의 비중을 보였 차지했다. 교수 출신 사외이사 비율은 지난해 33.8%에서 올해 11.4%포인트 급격히 높아졌다. 정경유착이 본질인 최순실 사태에 대한 부담과 함께 전문성 확보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이 13명(56.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SK 11명(45.8%), LG 9명(69.2%), 롯데 8명(61.5%), 현대차 6명(31.6%) 순이었다. 학교별로 분류하면 서울대가 19명으로 압도적이었다. 연세대 8명, 고려대도 5명을 배출했다. '스카이'(SKY) 출신은 전체 교수 출신 사외이사의 56%로, 절반이 넘었다. 채용은 스펙에서 업무역량 중심으로 넘어갔다지만 사외이사 선호는 이름값에 좌우됐다. 이밖에 성균관대와 한양대가 각각 4명, 한국외대와 경희대가 각각 2명이었다.
기획재정부,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법원·검찰 등 '5대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는 33명으로 26.2%를 차지했다. 지난해(30.8%)보다 4.6%포인트 줄었다. 그럼에도 전체 사외이사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 보험용이나 방패용으로 권력기관 출신을 선호하는 현상은 여전했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은 올해 새로 선임하거나 재선임한 사외이사 23명 중 7명을 권력기관 출신으로 채웠다. 삼성SDS는 유재만 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를, 삼성카드는 권오규 전 재경부 부총리와 최규연 전 기재부 국고국장을, 삼성화재는 박대동 전 금융위 국장을 각각 신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현대차는 올해 신임 또는 재선임한 사외이사 19명 중 절반 이상인 11명을 권력기관 출신으로 앉혔다. 현대차는 최은수 전 대전고등법원장, 기아차는 김덕중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이노션은 이재홍 전 서울행정법원장, 현대글로비스는 임창규 전 광주지방국세청장을 각각 선임했다.
SK는 사외이사 24명 중 5명이 권력기관 출신으로 판·검사 2명, 기재부 2명, 국세청 1명 등으로 나타났다. 이천세 전 인천지검 부천지청 차장검사가 SK네트웍스 신임 사외이사로, 배선영 전 재경부 감사관실 서기관 및 서남철 전 인천지법 판사가 SK증권 신임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됐다.
LG의 경우 신임 또는 재선임 사외이사 13명 중 3명이 권력기관 출신이었다. LG화학에 정동민 전 서울서부지검장이, LG전자에 백용호 전 국세청장 등이 새로 사외이사로 영입됐다. 롯데는 13명 중 2명이 권력기관 출신으로, 롯데손해보험에 정중원 전 공정위 정책국장 등이 선임됐다.
10대그룹 중에서 올해 신임 또는 재선임한 사외이사 중 권력기관 출신 인사가 없는 곳은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두 곳 뿐이었다.
한편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집단 상장사 247곳의 사외이사는 총 803명(반기보고서 기준)으로, 관료 출신 사외이사가 가장 많은 곳은 삼성이었다. 삼성은 지난해 9개 계열사가 재선임 또는 신규 선임한 사외이사 및 감사 18명 중 12명을 전직 고위관료 출신으로 구성했다. 법조계 출신 사외이사가 많은 곳은 SK, 동국제강, 두산 등으로 조사됐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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