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기자] 최근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애널리스트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매도 일변도의 종목 보고서와 악재가 다 지나간 후 목표주가 또는 투자의견을 하향에 나서는 관행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과 소통하면서 신뢰회복에 나서고 있는 사례가 증권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권 팟캐스트 이리온(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온라인 팟캐스트)을 통해 대중들과의 접점을 늘려나가고 있다.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을 알기쉬운 설명과 재밌는 입담으로 대중들의 호평을 받으면서 애널리스트에 대한 반감을 불식시키고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윤 센터장을 만나 현재 애널리스트의 문제점과 인원 감소 현상,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또한 최근 중국과의 사드 갈등이 심화되면서 우려되는 국내증시에 대한 여파와 올해 전망에 대한 의견도 들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올해 국내 증시 전망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이베스트투자증권
-최근 이리온을 진행하고 있는데 시작하게 된 계기는.
개인적으로 팟캐스트를 좋아해서 운전하거나 이동할 때 자주 듣는다. 또한 리서치센터에 대한 오해라던가 비판적인 시선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개인 투자자들을 만나보면 다양한 지식은 있지만 정확하게 알고 있는 부분은 의외로 적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알기 쉽게 설명한다면 오해가 풀리고 나아가 신뢰를 쌓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애널리스트들이 서로 대화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방송에서 서로 토론하면서 소통의 통로를 열고 싶은 목적도 있었다.
-증권사에서 처음 하는 시도인데 운영하면서 느낀점은.
지난해 12월에 시작해 지금 18회까지 진행했다. 일주일에 한 번 모여서 3시간 동안 녹음하고 주제에 따라 나눠서 업로드를 한다. 20회까지 하면 시즌1을 완료하고 시즌2를 준비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하면서 가장 고민하고 있는 점은 방송내용의 수준을 어떻게 맞춰나갈까 하는 것이다. 사람들마다 원하는 수준이 다르다. 시즌2에서는 시즌1보다 좀 더 수준을 높일 수도 있다. 힘들었던 부분은 팟캐스트가 아무래도 음성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간혹 말로만 설명을 해야했던 점이다.
윤지호 센터장이 소속 애널리스트들과 이리온 방송을 녹음하는 모습. 사진/이베스트투자증권
-최근 몇년간 애널리스트 인원이 감소추세다.
개인적으로 애널리스트는 정말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일을 할 수 있는 창의적인 직업이다. 그래서 애널리스트의 꿈을 꾸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감소 원인을 살펴보면 우선 애널리스트의 잘못이 크다. 이미 시장에 나와있는 내용을 분석하고 재편집해서 상황 변화에 보다 빨리 대처했어야 하는데 스스로를 전지전능한 존재 처럼 가르치려는 모습들이 있었다. 애널리스트들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보다 깊이 고민하고 그 결과를 정확하면서도 빠르게 제시해야 한다.
-증권서 보고서를 보면 파격적인 제목이나 형식도 보이는데.
몇몇 보고서를 보면 유명 아이돌 그룹 노래 제목이나 유행어를 응용하기도 한다. 증권사 보고서를 대중들이 많이 읽지 않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노출되기 위해 하는 시도로 보인다. 다만 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 산업, 경제 등 기본적인 내용에 대한 충실한 분석이다. 애널리스트들이 차별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지만 기본이 전제돼야 한다.
-개인 페이스북에 증권사 보고서와 코멘트를 하고 있다.
제 페이스북 포스팅의 90%는 증권사 보고서와 관련된 내용이다. 매일 모닝 미팅을 주재하는데 그때 들었던 느낌과 자료의 포인트에 대해서 짚으려고 한다. 물론 "왜 하느냐?"고 하는 반응도 있지만 리서치 베이스 투자의 대중화를 목표로 꾸준히 하고 있다. "이 애널리스트는, 아니면 내가 왜 이 종목에 대해 이렇게 판단했는가"에 대한 내용으로 올리고 있다.
사진/이베스트투자증권
-최근 중국과 사드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데 증시에 대한 영향은.
지난해에도 북한 이슈를 비롯해 브렉시트, 미국 대통령 선거, 미국 금리인상 등 여러가지 대외적인 변수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국내 증시가 무너지지 않은 건 우선 글로벌 경기가 괜찮았고 국내 상장사 기업들의 실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즉, 변수가 있었음에도 주가는 오름세를 보였다. 현재 사드 갈등이 재점화됐는데 아직까지 국내 기업들의 기초여건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엔터주, 화장품주 등 중국 관련주는 영향을 받았는데.
분명히 중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종목들에 영향이 있었고 단기적으로도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그런데 지난 2012~2015년 국내 증시를 주도했던 종목은 화장품, 면세점 등 중국 관광객(요우커) 관련주였다. 이들의 소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고 이 랠리는 지난해 끝났다. 이런 흐름에 사드 이슈가 불을 지른 셈이다. 중국 변수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기 힘들지만 반면에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종목들은 긍정적인 흐름이 예상된다.
-올해 증시에서 가장 큰 변수를 꼽는다면.
일반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변수로 꼽는 의견들이 많다. 그런데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이 되면 마치 증시가 무너질 것으로 예상하다가 미국 증시가 호조를 보이니까 트럼프 때문에 주가가 올랐다는 반응들이 있었다. 즉, 변수는 트럼프가 아니라 글로벌 경제 상황이나 기업의 이익추세라는 것이다. 최근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발언을 봐도 그렇고 올해 미국 기준금리는 예상보다 가파른 상승세로 점쳐진다. 신흥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가파른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를 할 수 있는데 결국 경제가 좋아지는 것에 자금이 몰리게 된다.
-국내 증시에서는 삼성전자 주가흐름이 관심사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250만원으로 제시했다.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워낙에 실적과 이익흐름에 대한 전망이 좋고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와 같이 큰 폭의 상승세는 힘들 것으로 본다. 지난해 국내증시는 삼성전자가 주로 이끌었다면 올해는 삼성전자는 물론 실적이 좋아지는 다른 대형 종목들도 상승세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한다. 일각에서는 총수의 법적조치와 관련한 우려가 있는데 과거 SK나 한화의 사례를 봐도 주가와는 큰 연관성이 없다. 이를 감안한다면 삼성전자 주가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은 낮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리서치센터의 표어는 ‘사사일로(社私一路)’이다. 회사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가 일치한다면 일이 즐겁고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인데, 애널리스트는 이 표어와 가장 일치하는 직업이다. 그리고 올해 증시는 액티브 장세가 부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특정 대형종목에 의존하는 패시브 장세의 흐름이었다. 올해는 특정 종목이 아니라 다양한 종목의 상승 기대감을 반영해 액티브 장세를 예상하는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해도 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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