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는 저가항공(LCC) 공세에 대형 항공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밖으로는 글로벌 대형 항공사, 안으로는 급성장하는 LCC와의 경쟁을 위해 실험적 시도도 마다하지 않을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대대적인 노선 재편에 나섰다. 잠재력을 보유한 인기노선은 신규 취항하고, 수익성이 부족한 노선은 과감히 정리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 4월말 동북아시아 최초로 스페인 바르셀로나 직항편을 운항하고, 5월 인천발 시애틀 노선을 기존 주5회에서 매일 운항으로 증편한다. 하루 2회 운항 중인 로스엔젤레스행 항공편도 여름 성수기 동안 3회로 늘리는 등 장거리 노선 폭을 서서히 넓혀갈 계획이다.
반면, 현재 주 3회 운항 중인 인천~리야드~제다 노선은 내년 2월말부터 잠정 운휴한다. 저유가 기조에 국가적 재정난을 겪으며 어려운 현지 시장 호전시기에 맞춰 복항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밖에 관광 인프라 부족으로 매년 적자를 기록 중인 인천~시엠립 노선도 함께 정리된다.
올 들어 지속적으로 노선을 조정해온 아시아나항공은 당분간 내실 다지기에 주력 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진행된 전방위 구조조정에 그룹 전체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무리한 노선 재편 보다는 취항 중인 노선에 집중해 경영정상화를 위한 발판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또 연초부터 꾸준하게 진행해 온 노선 조정도 대규모 재편을 피할수 있는 기반이 됐다. 연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미얀마 양곤, 인도네시아 발리 등 수익성이 부족했던 노선들을 일찌감치 정리했던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자회사인 에어서울 국제선 취항에 맞춰 일본 비인기 노선 7개를 모두 넘겼다.
대형사인 아시아나입장에서는 다른 LCC업체와의 가격 경쟁을 피하고, 에어서울은 업계 독자 노선을 갖게됐다. 여기에 대형사 최초 일부 좌석 유료요금제 부과 등의 실험적 시도를 통해 수익성 향상을 위한 방법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방침이다.
대한항공과 아시나아항공이 LCC 상승세 속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공격적 노선 재편과 유료 좌석제 도입 등 수익성 향상을 위한 방안을 도입하고 나섰다. 사진/각 사
이같은 대형 항공사들의 전략 변화는 올 하반기 앞다퉈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국내 LCC사들의 기세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적극적 단거리 노선 증편을 앞세워 사상 첫 국제선 점유율 20%를 돌파한 데다 대형사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장거리 노선까지 서서히 넘보고 있어 마냥 손을 놓고 있을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6개업체 운항에 따라 국내 항공업계 LCC가 보편화 되면서 그동안 비교적 소극적 행보를 보이던 해외 LCC 업체들도 국내발 노선을 증편하거나(베트남 비엣젯항공), 한국지사를 설립(필리핀 세부퍼시픽)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어 갈길이 더욱 바빠졌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와 LCC간 주 타겟층이 다른것은 사실이지만 LCC의 기세가 대형사 수익률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아직까진 대형 항공사 계열 LCC에서만 장거리 노선 운항에 나서고 있지만 규모와 자본력을 갖춘 해외 업체들을 중심으로 장거리 LCC 노선도 부쩍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인만큼, 기존 노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형사들의 고민은 점점 더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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