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2일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 출신 여성 임원인 양향자 전 상무를 영입했다. 더민주에 입당한지 10일 만에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은 그를 선대위원으로 임명했다. 현재 양 위원은 더민주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외부 영입 인사 중 한 명이다.
양 위원은 입당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어내려가다가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됐다. 감정이 북받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같이 일했던 친구들에게 인사도 못하고 퇴사했다. 그 눈망울이 떠올랐다”며 눈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양 위원은 1986년 광주여상을 졸업하고 삼성반도체 메모리설계실에서 연구보조원으로 일하며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이후 사내 대학에서 반도체를 전공한 후 성균관대 대학원에 진학해 2008년 전기전자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2014년에는 삼성전자 정기 임원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연구보조 업무를 하면서도 20여년 동안 주변의 전문가를 찾아가 끊임없이 배우고 이해할 때까지 달려든 결과였다. 삼성의 '별'을 달았던 그가 이제는 정치권에 입성했다. 양 위원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기업은 앞서가고 있는데 정치는 뒤처지고 있다’는 문재인 대표의 한마디였다. 그는 정치적 논쟁이나 이념적 담론을 부정한다. 인터뷰에서도 그는 오직 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찾는데만 집중하는 전형적인 ‘이공계인’의 모습이었다.
지난 24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4층 컨벤션홀에서 더불어 콘서트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선거대책위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입당식 때의 눈물이 화제였다. 평소에 눈물이 많은 편인가.
다른 사람들 이야기에 공감을 많이 한다. 친구들과 어머니의 삶에서도 그렇고, 사람들 살아가는 것에 대해 공감을 많이 해서 자주 울컥울컥 한다.
-요즘 직장인들도 그렇지만 20여년 전에는 회사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더 어려웠을 것 같다.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앞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가 있어야 된다고 보나.
입당의 변에서 말한 것처럼, 나도 지금까지 너무 힘든 세월을 겪어왔다. 나는 이제 여성 엔지니어로서 긴 터널을 빠져나온 사람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제 그 긴 터널에 들어가려고 한다. 그러면 그 터널 안에 무엇이 있다는 것 정도는 누군가 알려줘야 한다. 모르고 들어가게 되면 그 보이지 않는 깜깜한 곳에서 부딪히고 깨지게 된다. 뭐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불이라도 붙여줘야 하지 않나. 정부에서 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예상하는 것과 실제 산업 현장에서 겪고 있는 여성들이 느끼는 것은 온도차가 있다. 정부에서 그런 부분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그물망 같은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어 줘야 한다. 내가 반도체 회사에 있으면서 시스템 구축의 달인이 됐다. 조금 분야가 다르겠지만 어떻게 해야 될지 잘 알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에 대해 연구하는 일을 중심에서 했다. 앞으로 반도체 기술 분야에서 한국의 입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나.
지금 무서운 것은 중국이다. 최근 뉴스에도 '샤오미와 삼성이 싸우고 있는데 정치가 이러고 있어도 되느냐'는 식의 보도를 들었다. 현재 삼성전자가 반도체 분야 가운데 특히 메모리 분야에서 25년 동안 1등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부터는 다를 것으로 생각돼 무섭다. 샤오미는 모바일 폰의 경우 진입장벽이 낮다. 중국이 저가로 밀어붙인다면 삼성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기술뿐이다. 그런데 그 기술을 하루 아침에 중국에 뺏긴다고 생각해봐라, 어떻게 되겠나. 정부나 정당은 이런 부분에 대해 겉으로는 알고 있다고 하지만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도움은 없는 것 같다. 삼성 이야기를 하면서 재벌개혁에 대해 말한다. 저는 재벌개혁도 해야 되지만 어떻게 해야 되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했으면 좋겠다.
-더불어민주당 입당을 확정짓기 전까지 문재인 대표와의 사전 만남은 자주 있었는지 궁금하다.
어느 관계자로부터 문 대표가 만나고 싶어 한다는 연락이 왔다. 그런데 안 만났다. 비교적 최근까지 안 만났다. 왜냐하면 정치를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 연락을 받고 나서는 10만원을 이체하려고 했다. 문 대표 측에서 정치 후원금을 요청하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임원이 된 후에 그런 요청을 해왔던 분들이 꽤 있었으니까. 그러면서 당 관계자를 먼저 만났다. 매번 그랬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사람이 나를 보자고 찾아오면 그냥 보내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관계자와 차를 마시고, 오고 가고 하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삼성의 임원으로서 회사에서 할 일을 다 못하고 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었고, 어찌보면 삼성에서 은혜를 입은 건데 그 보답을 못하고 가는 건 아닌가 하는 죄책감도 있었다. 그리고 나처럼 척박하게 살아오고 있는 친구들도 있는데 제가 빠지면 그 친구들은 어떻게 하나 만감이 교차했다. 그래서 처음에 안 한다고 했다가 관계자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됐고, 그러면서 내가 왜 정치를 해야 되는지를 이야기하게 됐다. 결국 최종 결정은 내가 해야 하니까 남편에게 마지막으로 만나러 가 보고 그때도 아니라고 생각되하면 접겠다고 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 관계자를 만나려고 했는데 결국은 또 보게 됐다.
-가까이서 본 문 대표 느낌은 어땠나.
문 대표를 본 적이 있는가. 나는 문 대표 눈을 보면서 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남편과 느낌이 많이 비슷했다. 그날 문 대표와 남편이 서로 처음 보더니 ‘우리 어디서 만났나요’라고 하더라. 그 정도로 문 대표와의 교감이 처음부터 있었다. 사실 그 전까지는 문 대표를 잘 몰랐다.
-지난 17일 '더불어 컨퍼런스' 행사가 처음 열렸을 때 남편도 청중석에 앉아 있었다. 처음에는 정치권 입성에 반대했던 남편, 지금은 어떤가.
지금은 전폭적으로 지지해주고 있다. 왜냐하면 내 성격을 알기 때문이다. 문 대표에게도 같은 얘기를 했지만, 나는 한번 한다면 확실하게 해야지 어중간하게 하면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남편이 그런 나의 성격을 잘 안다. 내가 뭔가를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강하게 이야기하는 편이라서 지금은 남편이 나를 많이 지원해준다. 결국은 남편도 내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구나 하고 느끼는 것 같다.
-구체적인 총선 출마 계획은 어떻게 잡고 있나.
입당하면 총선에 바로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사실도 몰랐다. 처음 입당 제안을 받았을 때도 '선거에 출마를 한다'거나 '정치를 한다'는 식의 얘기를 한 것이 아니었다. 문 대표는 처음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 기업은 정말 앞서가는 것 같은데 정치가 뒤처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제가 그런 부분에 대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대화를 많이 나눴다. 그렇지만 현재는 총선 출마를 당과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가 총선에 출마하게 되면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내 산업과 중국 경제, 산업과 여성, 산업과 정보기술(IT) 등 통합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원래 여성도 지원하고, 국가 산업에 대한 멘토링도 하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 삼성전자 임원일 때는 그런 일도 해야 됐다. 제가 지금은 임원은 아니지만 정당인 자격으로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이 양 위원에게 요구하는 역할, 하고자 하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기업과 정치의 가교 역할을 하는데 기대를 가져도 될 것 같다. 예를 들어 삼성과 정당 간에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삼성에서도 정당에서 어떤 일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모른다. 기업과 정치가 같이 발전해야 된다. 나는 실물경제 기반 하에서 일을 했다. 우리 정치가 논쟁이나 이념적 담론 등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당이 지금까지 기업에 계신 분들이 한분 한분 들어오거나 나뉘어져 있어서 전체적인 시너지가 안 났다. 최근 우리 당 영입 인사들을 보면 기업에서 일한 분들이 많다. 결국 기업과 정치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정치는 국민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 문제를 겪고 해결책도 찾고 제시도 하고 고치는 일들을 잘 해내야 한다. 저는 지금 이 안에서도 배울 것이 너무 많다.
최한영·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선거대책위원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첫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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