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석민 자인메디병원 척추센터장
경막외강 신경성형술(Epidural Neuroplasty)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척추 통증 관련하여 가장 많이 시행되는 시술들 중 하나다.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는 채 10년도 안됐지만 시술 건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고, 기술적 발전도 이루어지고 있는 시술이다. 효과도 좋지만 효과만큼이나 그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는 소위 '관심' 시술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신경성형술의 실효성에 대한 고찰은 잠시 접어두고 신경성형술이란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개발되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에 앞서 요통, 하지방사통과 밀접한 해부학적 구조물들에 대해 살펴보겠다.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통증이 어느 부위에서 어떻게 유발돼 어떤 경로를 거쳐 어디에서 느끼는가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따라서 통증 관련된 지식의 상당부분은 수 십 년 전 마치 인체 실험하듯이 국소마취하에 수술을 시행하면서 여러 부위에 자극을 주고 환자에게 느낀 것을 말하게 해서 얻은 연구결과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얻은 결과에 따르면 특히 요통과 밀접한 부위는 윤상인대(annulus fibrous)와 후종인대(posterior longitudinal ligament)이고 하지방사통은 신경근이 눌리거나 당겨질 때만 유발될 수 있다고 한다. 이상의 결과에 기초하여 요통과 하지방사통을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었으나 아직도 통증을 만족스럽게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달리 생각하면 건드리거나 당기는 등의 기계적 자극 외에도 통증을 유발하는 기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허리디스크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MRI 상 신경근 압박이 전혀 없음에도 하지방사통이 심한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런 경우 하지방사통의 중요 원인으로 추정되는 것은 '염증(Inflammation)'이다. 윤상인대의 손상부위를 통해 경막외강으로 노출된 디스크 수핵(Nucleus Pulposus)이 자가면역반응 등 염증반응을 일으켜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염증은 신경의 부종을 유발하고 장기간 지속되거나 반복되는 염증반응은 섬유아세포(Fibroblast)의 증식을 초래하여 유착을 일으키게 된다. 염증반응은 수핵탈출증 외에도 골절, 염좌 등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수술한 적이 없는 환자라도 염증반응으로 인한 유착이 발생할 수 있다.
유착으로 인한 심한 난치성 통증의 대표적인 예가 '척추 수술 후 증후군'이다. MRI 상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경우라도 난치성 요통 혹은 하지방사통을 호소한다. 유착이 심하면 신경차단술을 시행해도 치료제가 신경까지 도달하지 못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유착은 신경근의 가동 범위를 줄여 작은 자극에도 심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급성 수핵탈출증 환자에서 경구용 약물투여, 물리치료 등의 일반적 치료법으로 통증이 호전되지 않을 때 신경차단술을 통해 극적으로 통증을 해결하는 경우를 흔히 경험할 수 있다. 이 때 통증이 줄어드는 것은 신경차단술 시술에 사용되는 마취제에 의해 신경이 마취돼 통증을 일시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시술에 사용되는 각종 약제들의 강력한 항염증작용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척추 수술 후 통증 증후군 환자에서는 신경 주위의 심한 유착으로 인해 신경차단술이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신경차단술을 시행할 때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고 주입될 약물이 어디까지 퍼질지를 미리 확인하기 위해 조영제를 흔히 사용하는데 유착이 심한 환자의 경우는 조영제가 목표지점까지 충분히 도달하지 못해서다. 이런 현상은 수술을 받지 않은 환자 일부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많은 연구자들이 다양한 치료법을 시도한 바 있는데, 대표적인 시도가 방향의 조정이 가능하면서 신경 손상의 위험을 줄인 특수 도관을 목표지점 가까이 삽입한 다음 약물을 투여하는 기술이다. 옆구리에 바늘을 찌르고 스타일렛(stylet)을 제거 한 뒤 도관을 밀어 넣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엉치뼈틈(sacral hiatus)을 이용해 접근하는 것이 표준방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 기술이 바로 신경성형술이며 신경성형술이 개발되는 데는 텍사스테크대학 통증센터의 연구진, 특히 라츠(Racz) 박사의 기여가 컸다. 시술 경험이 쌓일수록 신경성형술의 효과는 투여되는 약물에 의한 항염증작용 뿐 아니라 도관을 밀었다 뺐다 하는 과정이 유착을 완화시키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최근에는 라츠 박사가 개발한 도관 외에도 훨씬 조작이 편리하며 추가기능을 가진 도관이 사용되고 있으며, 적용 분야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 최석민 자인메디병원 척추센터장
- 중앙대학교 대학원 의학박사
- 중앙대 부속병원 척추 전임의
- 우리들병원 전임의
- 광명성애병원 척추센터장
- 명지성모병원 척추센터장
- 명지성모병원 진료부장
- 명지성모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
- 검단 탑병원 척추센터 과장
- 김해 중앙병원 척추센터 과장
- 신경외과 학회 서울-경인지회 운영위원
-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자문위원
- 대한 신경외과 학회 정회원
- 대한 척추 신경외과 학회 정회원
- 대한 통증학회 정회원
- AO spine 정회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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