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코스닥 기업의 최대주주가 중국계로 바뀌는 사례가 잇따르는 등 중국 투자자금이 국내 자본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확대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알맹이만 빼먹는 먹튀 투자가 많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날까지 최대주주가 중국계로 변경된 코스닥사는 모두 8곳이다. 지난 3월 인터넷 교육서비스 업체 아이넷스쿨은 중국 룽투게임즈를 최대주주로 맞았다. 같은 달 산업용 로봇제작업체인 동부로봇의 최대주주 자리도 기존 동부CNI외 1인에서 베이징 링크선 테크놀로지(Beijing Linksun Technology Co,.Ltd.)로 바뀌었다. 사명은 디에스티로봇으로 변경됐다.
6월에는 코스닥 기업 세 곳의 최대주주 지위에 중국계 기업이 줄줄이 입성하기도 했다. 쑤닝유니버셜그룹이 레드로버를, 영개투자유한공사가 제주반도체의 지분을 사들였다. 로코조이 홍콩홀딩스는 무선통신 장비업체 이너스텍을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방식으로 우회 상장했다.
하반기에도 실적 부진과 자금난이 지속되면서 코스닥 기업들은 중국계 기업에 최대주주 자리를 내주고 있다. 지난 1일 미동전자통신은 중국계 펀드인 상해유펑인베스트먼트에 주식 357만주를 팔고, 양수도 대금으로 250억원을 받았다. 최대주주 상해유펑인베스트먼트의 지분율은 39.68%이며 모두 의결권이 있는 주식이다. 9일에는 정보통신업체 씨그널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가 중국 SG인베스트먼트로 변경됐다.
코스닥 기업을 무서운 속도로 사들이고 있는 중국계 자본을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회사 경영 차원에서 중국계 투자자본의 영향력이 막대해지는 것에 대한 경계감 때문이다. 중국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점도 거론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 기업 중에서도 특히 코스닥 상장사로 들어오는 중국계 기업은 소위 말해 ‘좋지 않은’ 기업들이 많다. 주로 경영권은 안 건드리고, 배당금만 받아 챙기겠다는 식의 이면계약서를 쓰는 사례도 많아 관리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국내 투자자들의 주의도 요구된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국계 최대주주가 들어선 상장사들의 공통점은 주가 변동 폭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라며 “중국계 자금이 투자했다는 것에 혹해 주가 급락 시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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