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故이맹희 명예회장의 입관식과 발인 직전 두 차례에 걸쳐 입관실을 찾아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 감염우려 때문에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지는 못했지만 장자로서의 도리를 다하고자 했다.
20일 CJ그룹에 따르면 이재현 회장은 중국 베이징에서 아버지의 시신이 운구된 지난 17일 오후 8시5분쯤 입관식 후반부에 참석한 데 이어 발인 전인 19일 오후 11시30분쯤 다시 한 번 시신 안치실을 찾아 아버지와 영원한 작별 인사를 나눴다.
CJ관계자는 “회장님이 지난 17일 입관식 때 휠체어에 의지한 채 환자복에 마스크를 쓴 차림으로 내려와 약 17분가량 머무셨다”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의료진을 대동했고, 당시 시신 안치실에는 부인 김희재 여사와 아들 선호군 등 직계가족이 함께 있었다”고 말했다.
故 이맹희 명예회장의 입관식에는 한솔 이인희 고문과 신세계 이명희 회장, 삼성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등 삼성가 친인척들도 함께 했지만, 이 회장은 이들이 떠난 후 직계가족만 남은 상태에서 들어와 서로 마주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을 봉인하기 전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던 이재현 회장의 눈시울은 점점 붉어졌고, 관이 끝내 닫히는 순간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크게 오열했다고 한다.
이재현 회장은 발인일 전날인 19일 밤 11시30분쯤 다시 장례식 지하 1층에 위치한 시신 안치실을 찾았다.
이 회장은 아버지의 관을 수차례 쓰다듬으며 눈물을 삼켰다. 이 때도 부인과 아들 선호군 등 직계가족만 함께 자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CJ관계자는 “(회장님이)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명예회장님과 떨어져 지내다 보니 살가운 감정이 없을 줄 알았는데 관을 부여잡고 흐느끼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하더라”며 “부모와 자식의 천륜은 어쩔 수 없나 보다”고 말했다.
故 이맹희 명예회장도 자신의 회고록 ‘묻어둔 이야기’ 곳곳에서 아들에 대한 애틋함을 수 차례 표현한 바 있다.
그는 “내가 보수적인 사람이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대할 때 마음이 늘 푸근한 것은 딸보다는 아들, 그 중에서도 맏아들”이라며 “’누구의 아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일생을 살아본 나는, 재현이가 ‘누구의 맏손자’라는 이름으로 일생을 살아가게 된다는 점에서 애비로서 늘 가슴이 아팠다”고 썼다.
한편 만성신부전증으로 지난 2013년 8월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이 회장은 거부반응을 없애기 위한 면역억제 치료와 감염관리 사이에서 힘겨운 줄타기를 하고 있으며 말초 신경 및 근육이 위축되는 유전병 ‘샤르콧-마리-투스’의 악화로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실형 3년을 선고 받고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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