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이 광고계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택 구매도가 높은 일반의약품 광고를 최근 늘리는 추세 때문이다. 제약사들은 정부의 전문의약품 규제 정책으로 매출 손실이 커지자 일반의약품의 광고 활성화를 통해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26일 한국제약협회에 따르면 인쇄물과 방송을 비롯한 대중매체, 온라인 등에 허용된 일반의약품 광고의 지난해 심의건수는 217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한달 평균 181.4건에 달하는 수치다.
일반의약품 광고 시장 규모도 크게 성장했다. 닐스코리아의 조사 결과, 일반의약품 광고 시장은 2014년 9372억원으로 전년비 39.2% 성장했다. 내수 침체로 전체 광고시장이 전년비 2.9% 역성장한 것과 대조를 이루는 점이다.
일반의약품의 광고가 늘어난 것은 전문의약품 시장의 한계로 인한 제약업계의 불가피한 자구책이라는 분석이다.
2000년 의약분업을 기점으로 의사는 환자에게 처방전을 교부하고, 약사는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하는 방식으로 의료 역할이 분할되자 약국을 찾던 환자들이 병의원으로 이동했다.
의약품 처방 권한이 의사에게로 넘어가면서 의약품 산업도 재편되기 시작했다.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 시장이 크게 성장한 반면 약국에서 지명구매가 가능한 일반의약품은 입지가 좁아졌다. 2000년에만 해도 전체 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의 생산비중은 60% 수준이었으나, 의약분업을 기점으로 매년 점유를 높여 2009년에는 80%를 넘어섰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 등으로 전문의약품 사업이 잠재적 위험도가 높아지자 제약사들이 일반의약품 시장에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의약품(726품목)의 허가 건수는 전년비 70%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문의약품(2090품목)의 허가 건수 증가폭인 25%에 3배 이상이다. 일반의약품이 쏟아지면서 광고비도 늘었다. 일반의약품은 소비자의 선택 구매도가 높아 광고비 투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국화이자제약은 지난해 '애드빌'의 광고모델에 박태환 선수를 발탁해 화제를 모았다. 대웅제약은 배우 유준상 씨를 내세운 '우루사'의 새 광고를 선보였고, 보령제약도 간판품목인 '용각산', '겔포스'를 리뉴얼해 마케팅을 강화했다. 유한양행도 '삐콤씨' 등을 광고품목으로 육성하고 있다.
관련 업체 관계자는 "기존 일반의약품의 광고와 기업 PR 강화 등으로 인해 광고 비용이 늘어났다"며 "일반의약품의 매출은 광고비에 비례하는 경향이 있어 지속적으로 광고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전문약 시장이 한계에 직면하자 돌파구로 일반약 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며 "해외에 비해서 국내 일반의약품 시장은 포화상태가 아니라 아직 성장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소비자의 의약품 정보 접근성이 높아져 앞으로도 일반의약품 광고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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