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지난 25일 오전 9시. 서울역에서 KTX에 올라 2시간30분여를 달려 김천 구미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고 다시 30분. 여름이 성큼 다가온 듯한 구미의 온도계는 27.7도를 가리켰다.
경상북도 구미시 오태동에 위치한 오태중학교 학생들은 팔을 걷어 붙이고 운동장에서 한창 피구에 집중이었다. 구미 시내에서 떨어져 외곽에 위치한 오태중학교는 지난 2007년 개교해 학생 800여명이 다니고 있다. 이 학교가 특별한 이유는 '스마트 급식'을 시행하고 있는 대표적 급식실이 있기 때문.
이곳은 가스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전기화 주방에서 모든 음식을 조리하고 있어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음식을 만드는 조리원들의 동선을 고려해 설계된 주방, LG유플러스의 'U+비즈 스마트 프레시' 시스템으로 HACCP 관리를 하는 등 '사물통신(M2M)'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학생과 교직원을 포함해 모두 850명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는 신현욱 영양교사를 만났다.
◇지난 25일 경북 구미시 오태중학교에서 만난 신현욱 영양교사가 기자들에게 스마트 급식실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가스를 사용하지 않고 전기로 모든 것을 조리하는 솥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사진제공=LG유플러스)
"4월부터 11월까지는 조리실의 평균 온도가 40도 이상으로 올라갑니다. 관리를 조금이라도 허술하게 하면 바로 식중독 사고로 이어지는 겁니다."
우리나라 학교 급식실에서 발생하는 식중독 사고는 최근 5년간 연평균 41건을 기록했다. 교육과학부는 앞으로 연간 25건 이내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정책 목표로 설정했으나, 급식실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이상 위생문제는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신 교사는 식중독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가 조리실 내부의 평균 온도에 있다고 주장했다. 날씨가 따듯해지는 4월부터 11월까지는 가스 사용이 잦은 조리실 내부 온도가 평균 40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음식을 오래 둘 수 없다는 것. 또 조리실이 조리원들의 동선을 고려한 설계가 아니다 보니, 조리원들의 이동량은 많고 땀을 많이 흘려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고 안전사고의 위험도 높다고 설명했다.
오태중학교는 지난 2010년 12월 식생활관을 뜯어 고쳤다. 가스를 전혀 쓰지 않는 전기화 주방으로 바꾸고, 인덕션 조리시스템을 도입했다. 가스를 쓰지 않으면서 대형사고의 위험이 크게 줄었고, 유해물질 배출량도 줄어들었다. 조리실 내부 온도는 평균 24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전기 소모량이 많아지기는 했지만, 전체 에너지 비용을 따졌을 때 한달 평균 400만원이 들던 것이 200만원으로 50% 가까이 줄었다.
◇조리실에 들어갈 때는 위생모와 마스크, 위생화, 가운을 쓰고 들어가야 했다. 재료준비실과 조리실, 보관실 등을 이동할 때마다 바닥에 설치된 소독기로 발에 묻은 먼지를 털어준다.(사진=곽보연기자)
"위생급식 솔루션을 도입한 뒤부터 조리원, 영양사들이 일하기 더 편리해진 것은 물론이고 위생관념이 더 높아진 것 같습니다. 급식소 선진화 과정에 우리 학교 급식실이 있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오태중 급식실이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사물인터넷을 적용한 LG유플러스의 위생급식 시스템 'U+비즈 스마트 프레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설명을 들었을 때는 이 시스템이 급식실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현장에서 일하시는 한 조리원의 뒤를 따르며 그 편리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조리실에 들어선 조리원은 영양사실 앞에 놓여있는 태블릿PC에 자신의 건강상태를 체크해 기록한다. 태블릿PC에는 '설사, 발열, 구토, 화농성 질환 여부 확인?', '위생모, 위생복, 위생화 착용 여부 확인?' 등 4개의 질문이 뜬다.
이 급식실에서 일하는 조리원 최병정씨는 "아플 때가 있어도 모두 바쁘다 보니 영양사에게 일일이 보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스마트 프레시 시스템 도입 후에는 자신의 몸상태를 반드시 기록해야 하고, 영양사가 확인하기 때문에 안전사고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이어 점심 식단 메뉴로 들어가 오늘 만들어야 할 음식과 재료들의 상태를 꼼꼼히 확인했다. 이날 점심은 팥밥과 달걀북어국, 콩나물해물찜, 탕수육 등이었다.
태블릿PC 화면에는 달걀북어국을 만들 때 필요한 재료들과 ▲개봉·세척 ▲썰기 ▲끌이기 등 식품 취급상황이 떴고, 조리원들은 각 단계를 수행할 때마다 이곳에서 몇시 몇분에 조리를 완료했는지를 기록했다.
◇오태중학교 조리원 최병정씨가 자신의 건강상태를 '스마트 프레시' 시스템에 입력하고 있다. 옆 사진은 이날 조리하는 음식 준비현황을 입력하는 화면.(사진=LG유플러스)
U+비즈 스마트 프레시 시스템을 도입하게 된 배경은 '종이 8장'에서 시작됐다.
교과부는 전국의 초중교고 급식소에 의무적로 'HACCP' 관리 시스템을 시행토록 했다. HACCP(Hazard Analysis & Critical Control Point)는 '위해요소 중요관리점'으로 생산과 제조, 유통의 전 과정에서 식품 위생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해요소를 분석하는 제도다. 직접 수기로 작성해야 하는 8종의 서류로 이뤄진 이 제도는 식단의 구성부터 공정관리, 검수, 온도관리, 운반 및 배식과정 등을 상세하게 기록하도록 했다.
조리원들은 식재료를 꺼내는 순간부터 조리의 전 단계, 배식의 전 단계 등을 모두 기록해야 했다. 하지만 조리 중에 기록을 잊어버리거나 당시 온도를 기억하지 못해 임의로 수치를 기록하는 일도 비일비재 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가 IT솔루션 전문기업 사랑넷과 함께 개발한 '스마트 프레시'는 이러한 번거로움을 '사물인터넷'의 힘으로 극복했다. 냉장고와 조리실, 창고에 설치된 온도센서는 실시간으로 온도를 측정해 CCP 양식지에 온도를 자동 기입했다.
또 알레르기 유발식품이 첨가됐는지 등을 알려주는 메뉴보드가 솔루션에 내장돼 조리원들은 일일이 이 음식이 어떤 학생들에게 위험할 수 있는지를 찾지 않아도 됐다.
이렇게 기록된 정보들은 관리자 웹으로 전달됐고, 영양사와 학교 관리자 등이 실시간으로 급식과정과 내용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했다.
물론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신 교사는 "태블릿PC 1대로 영양사와 조리원 8명이 이용하다 보니 순서를 기다려야 할 때가 많았다"며 "태블릿을 각 조리실 앞에 설치하는 부분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리원 최씨는 "형식적인 기록이라고 생각해 귀찮기만 HACCP이 스마트 프레시 시스템을 통해 우리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안전사고, 혹은 식중독 사고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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