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수도권 서북부 개발거점도시로 야심차게 출발한 파주 운정신도시가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는 11월 입주를 시작하는 운정신도시의 한 아파트는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계약 축하금까지 줘가며 계약자 유치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시장에서는 분양가 대비 최고 3000만원 빠진 분양권 급매물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준공된 아파트 역시 할인분양을 하지 않는 사업장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지난해 7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다른 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130㎡기준 당초 분양가에서1억5000만원나 내린 3억4800만원에 파격 세일이 진행 중이지만 물량 해소는 커녕 그나마도 계약했던 사람들의 재매도 물건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파주를 비롯한 고양, 김포 등 서북부 일대에 주택 공급이 쏟아졌던 데 반해 주민들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반시설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파주 운정신도시 할인분양 사업장 (자료=각 중개업소)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가 5억원정도 했던 것을 3억5000만~6000만원이면 살 수 있다"며 "주변에 아무것도 없이 휑하니까 건설사들이 조금이라도 더 혜택을 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KB부동산 알리지에 따르면 경기 파주지역 아파트값은 지난 1년 간 5% 이상 떨어지며 수도권은 물론 전국에서 하락폭이 가장 컸다.
미분양 아파트도 좀처럼 줄지 않아 지난해 12월 기준 파주 미분양 물량은 2588가구로 1월 2489가구에 비해 오히려 증가했다.
게다가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어날 전망이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파주에서 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3566가구로 지난해 823가구에 비해 333% 급증했다.
여기에 운정3지구가 이르면 상방기 중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또 한 번 공급 폭탄이 예상된다.
운정신도시는 지난 2012년 345㎡(1단계), 지난달 572㎡(2단계) 준공을 마치고 약 12만가구가 입주를 앞둔데 이어 오는 2017까지 698㎡(3단계)가 추가 조성될 계획이다. 3단계는 입주 예정 물량이 9만5000가구에 달해 1·2지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수도권 서북부 주택 공급 과잉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며 "눈에 띄는 기반시설도 없고 수요자들이 특별히 선호하는 입지도 아닌데 애초에 분양가가 다소 높게 책정됐던 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운정신도시 상업시설과 업무시설 등이 들어설 부지 매각에 어려움을 겪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일정 기간까지 매수자가 환불을 요구하면 계약보증금은 원금으로, 계약보증금 외 수납금액은 원금과 이자율을 적용해 반환해 주는 토지리턴제를 도입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LH에 따르면 토지리턴제로 공급된 운정신도시 상업·업무용지 등 56필지 중 주차장 용지 5필지를 제외한 전필지가 유찰됐다.
LH관계자는 "주차장 용지 일부를 제외하면 전부 유찰돼 계속 수의계약을 진행하는 중"이라며 "유찰된 곳 대부분은 아직 아파트조차 들어서지 않는 곳으로 수요가 없다고 판단해 투자를 꺼리는 업체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조은상 팀장은 "현재 운정지구는 상업용지가 팔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수준이 아니다. 상가조차 미분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GTX개통 같은 특급 호재나 굴지의 대기업이 유치되지 않는 한 시간을 두고 발전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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