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 논란‘이 또 한번 검찰 수사로 번질 조짐이다.
민주당은 지난 27일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가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불법으로 사전 입수해 열람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들을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할 뜻을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 기간 동안 박근혜 당시 후보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맡아 활동했다. 그는 12월14일 부산유세에서 본인이 직접 확인했다며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내용이 담긴 회의록을 약 3분간 읽어 내려갔다. 그 내용은 최근 국가정보원이 공개한 전문 내용과 거의 동일하다.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권 대사도 대선기간인 지난 12월 10일 한 식당에서 지인들과 대화 중에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을 언급한 내용의 녹음파일이 공개됐으며 이 역시 상당부분 대화록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NLL 회의록 관련 주요발언 비교
검찰은 지난해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을 제기한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을 수사했으나 당시 고발된 혐의는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유포 혐의였다. 이번에 민주당이 고발하겠다고 밝힌 혐의인 공공기록물관리법과는 다르다.
공공기록물관리법상 권한 없이 기록물을 열람한 것은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그러나 핵심 문제는 김 의원 등이 봤다고 공표한 발췌본의 출처와 유출과정이다.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논란 부분이 담긴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두 개다. 원본과 사본이 있는데 원본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대통령기록관에 보관 중이다.
이 원본은 대통령이 15년간 기간 범위 내에서 지정하는 기간 동안은 열람이 불가능하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과 고등법원장의 영장이 있어야 가능할 뿐이다.
남아 있는 열람가능성은 사본이다. 사본은 최근에 국정원에 공공기록물로 지정되어 보관돼 있었다. 그러나 국정원은 최근 회의록에 대한 비밀등급을 해제하고 전문을 공개했다.
공공기록물을 열람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법적인 열람절차를 거쳐야 하며 사유가 매우 제한되어 있다. 국회의원이라고 해도 ‘궁금하니 한번 봅시다’는 식으로 접근할 수 없는 문건이다.
법률전문가들은 김 의원이나 권 대사가 고발될 경우 처벌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재화 변호사는 “권한 없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죄가 성립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김 의원 등이 어떻게 발췌본을 입수했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까지 상황으로서는 국정원에 있는 사본이 유출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와 함께 당시 국정원 직원의 손에 의해 건네졌을 확률이 높다.
이렇게 되면 이번 문제는 국정원의 대선개입이라는 의혹으로 또다시 불길이 번지게 된다. 김 의원과 권 대사가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을 대선 주요 국면마다 강조했기 때문이다.
또 당시는 대선 국면으로 그 이전에 국정원 직원을 통해 건네어 졌다고 해도 해당 직원은 김 의원 등이 대선이나 정치에 이용할 목적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기 때문에 선거개입 내지는 정치개입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 경우 해당 국정원 직원은 정치개입이 금지되어 있는 국정원법을 위반한 것이 되며, 기소돼 유죄를 선고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법위반 혐의까지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공직선거법상 이미 6개월이라는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NLL 발췌본'의 유출을 통한 대선 개입은 최근 수사가 종료된 원세훈 전 원장의 사건과는 별건이다. 때문에 원 전 원장이 기소됐더라도 공소시효는 이미 만료됐다고 해석된다. 재정신청으로 다시 수사를 기다리고 있는 국정원 직원들과의 수사와도 별건이다.
그러나 김 의원과 권 대사의 경우는 선거법 위반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 선거법 전문인 이재화 변호사는 “김 의원과 권 대사가 국정원으로부터 문건을 입수받아 공표하거나 대선에 이용했을 경우, 이른바 관권선거·미등록 선거운동 기관 동원 등에 의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과 권 대사의 경우에는 국정원법 위반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보는 법률가들이 많다. 국정원법은 행위자가 국정원 직원이어야 하는 신분범이지만 국정원 직원과 공모한 경우 일반인도 국정원법 위반의 공범이 된다.
또 김 의원과 권 대사, 'NLL 발췌본' 유출자는 형법상 ‘공무상 비밀누설죄’의 공범으로도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즉, 김 의원과 권 대사가 'NLL 발췌본'을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입수했을 경우 김 의원과 권 대사는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선거법 위반, 국정원법 위반, 형법상 공무상 비밀누설죄 적용이 가능하다.
유출자가 국정원 직원일 경우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국정원법 위반, 형법상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의 '김무성·권영세' 고발 방침이 현실화 된다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최성남)에 배당될 가능성이 높다.
공안1부는 과거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의 'NLL 허위발언' 사건을 수사했던 부서인 데다가 최근 민주당이 남재준 국정원장 등 국정원 간부들과 서상기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 7명을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혐의 등으로 고발한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NLL 발췌본'의 여권 유출이 원 전 원장 기소로 잠잠해졌던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논란을 다시 한 번 부를 수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 문건을 지난 이명박 정권 당시 청와대 인사들까지 공유했다면 폭발력은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황우여 새누리당 의원은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불필요한 ”NLL 소모전‘을 끝내고 국회 본연의 활동에 충실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국정원 대선개입 사실 확인’ 이후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의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부터 시작된 이번 논란은 부메랑이 되어 남재준 국정원장의 회의록 전문공개, 김무성 의원의 'NLL 발췌본' 열람 고백을 거치면서 속도가 더욱 붙으며 다시 여권으로 날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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