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일감몰아주기 방지법, 계열사 간 정상거래 위축시킬 것"
2013-05-20 19:47:55 2013-05-20 19:57:26
◇최병일 한경연 원장이 ‘최근 기업집단 규제 강화 논의의 문제점’ 정책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한경연)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최근 정치권이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근절을 목적으로 현행 공정거래법에 이른바 '일감몰아주기'  방지 별도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조항을 도입할 경우 계열사 간의 정상적인 거래가 위축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업집단 규제 강화 논의의 문제점' 정책 세미나에서 "오너의 사익추구행위 규제가 현행 회사법만으로 부족하다면 공정거래법은 불공정거래행위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관련 조항 도입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경제력집중 억제 관점에서 규제를 도입할 경우 위법성 판단 기준이 모호해 정상적인 계열사 간 거래마저 제약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정치권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막을 목적으로 대기업 집단이 계열사에 특혜성 거래 기회를 제공, 정상가격과 비슷한 가격으로 총 물량을 몰아주는 순수 일감 몰아주기, 총수 일가의 사업 기회 유용 등을 집중 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의원 입법 형태로 발의돼 상정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도 거치지 못한 채 6월 임시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신 연구위원은 "계열사 간 거래를 악용한 총수의 사익추구 규율은 회사법 본연의 역할"이라면서 "공정위가 과징금 등 제재수단을 동원해 규제하기보다 총수의 사익추구행위에 대한 정보가 주주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정위가 조사권을 비롯해 행정권을 쥐고 있는 만큼 피해 여부를 조사해 공표하고, 소액주주들은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순환출자금지 법안 도입으로 시장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순환출자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그동안 구모의 경제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제고해온 기업지배구조의 한 유형"이라면서 "자본시장법과 공정거래법을 통해 각 기업의 순환출자 현황을 공시하고 있는 만큼 순환출자구조가 명백히 공시된 기업의 경우 가치 평가를 시장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순환출자의 모범 사례로 외국인 지분 비율이 49.9%(지난 5월10일 기준)에 이르는 삼성전자를 꼽았다.
 
지난 2000년 노키아와 소니의 시가총액의 3분의 1에 불과했던 삼성전자가 이들 기업을 제치고 8배나 시총이 확대될 수 었던 것은 순환출자를 통한 계열사 간의 신속한 협업에 따른 결과라는 설명이다.
 
그는 대기업 총수가 순환출자를 통해 1% 미만의 주식으로 계열사를 편법 지배하는 것에 대해서도 "가공자본의 형성 자체만을 놓고 금지시키는 것은 시장 효율성을 외면한 탁상공론"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황금주 등 통해 장기간 보유한 대주주에게 1주 1의결권 특례 인정하고 있고, 일본 역시 2005년 회사법 제정하면서 명문으로 복수 의결권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밖에 기업집단 규제의 강력한 논거인 ‘경제력집중’이라는 것을 더 이상 국내시장을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신현한 연세대 교수는 "우리나라 대기업들 매출의 80~90%가 해외 경쟁에서 발생했음에도 마치 국내시장에서 독점력을 행사하여 독점이윤을 챙기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기업들을 공정거래법이라는 우리에 가두려는 시도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한편 한경연은 정치권에서 6월 임시국회에서 대기업집단 규제 강화 등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추진을 예고한 가운데 쟁점 법안을 점검하는 정책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27일에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최근 노동 및 고용관련 법안의 현안과 쟁점'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수세에 몰린 경제계는 한경연을 앞세워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입법을 정면 비판하며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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