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통합진보당이 좌초될 위기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4일 오후 당의 명운을 가를 시험대인 전국운영위원회가 개최됐지만 기어이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충돌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파열음은 다양하게 터져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일반 국민의 상식에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목소리들이 들리고 있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국회 도서관 지하 회의실에서는 ▲조준호 공동대표의 모두발언이 끝난 뒤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진상조사위원의 부실·부정 사례 보고 와중에 "확인이 되지 않은 것을 왜 얘기해", "확인되지 않은 의혹제기는 그만하라" ▲조사내용에 대한 질의응답 와중에 "너희 발표 때문에 당이 개판이 됐잖아" 등의 고성과 욕설이 배설되고 있다.
모두발언에서 이들의 환호와 격려박수를 받은 이정희 공동대표는 시작부터 작정한 듯, 일부 대목에서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불신에 기초한 의혹만 내세울 뿐, 합리적 추론도 초보적인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조사방식은 수용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정치적 희생양'이 필요한 때라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당권파와 함께 당직에서 철수하라'는 압박만 받고 있다"며 "당이 처한 상황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당원 한 사람의 명예라도 헌 신짝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당권파 당원들을 대변하겠다는 뉘앙스로 비당권파에 대한 날을 세웠다.
결국 전국운영위는 시작한지 두시간이 넘게 흘렀지만 좀처럼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표류를 거듭하는 중이다. 당권파로 추정되는 노동조합 복장의 남성들과 대학생으로 보이는 당원들은 이정희 대표의 거듭된 경고에도 회의에 끼어들며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고 있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세차례 자제를 당부하는 요청 이후 마침내 "다시 방해하면 그 자리에서 퇴장시키겠다"며 정회를 선포했고,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격해졌다. 이 와중에 유시민 공동대표는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일갈, 항의를 표시하기도 했다.
현장은 사안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소수 당원들과,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진상조사위 결과를 들으며 회의 중간에 개입하는 다수 당원들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아울러 통합진보당의 분당 가능성은 점점 더 증폭되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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