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난 더 심해진다"…불안한 세입자들
7월 말 서울 전세수급지수 17주 연속 상승
"2년전 보증금으론 못 옮겨"…세입자 '버티기'
"차라리 집 사자" 움직임…20평대 매물 품귀
2026-08-05 17:05:57 2026-08-05 17:22:22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에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올해 여름 되기 전 이사 가려고 알아봤는데 지금 옮기면 더 손해다 싶어서, 그냥 2년 더 살기로 했다. 지금 보니 잘한 선택인 것 같다. 새로 구하려던 지역 보증금이 계약 당시보다 크게 뛰기도 했다." (서울 성북구 30대 후반 전세 세입자)
 
1년 새 가장 전세 가격이 많이 오른 지역 중 하나인 성북구에 전세로 거주 중인 세입자 A씨는 올해 5월 이사 계획을 접었습니다. 새로 구하려던 지역 전세보증금이 계약 당시보다 2억원 가까이 뛴 데다, 매물 자체가 거의 없어 선택지가 없었다는 겁니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올해 3월 첫째 주 103.2를 찍으며 상승세가 시작된 뒤 17주 연속 뛰어오르고 있습니다. 4월 셋째 주 108.4로 2021년 6월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5월 둘째 주에는 113.7까지 올랐고, 6월 넷째 주에는 126.7을 기록하며 2021년 1월 이후 5년7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7월 셋째 주 127.6에 이어 7월 넷째 주에는 128.1을 기록해 일주일 만에 0.5포인트 또 확대했습니다.
 
버티거나 매매로 눈 돌리는 세입자들
 
실제 현장에서도 전세 매물은 사실상 씨가 마른 상태입니다. 그나마 나온 매물도 호가가 계속 올라 청년과 서민층의 주거 사다리로 불렸던 전세를 찾던 수요자들은 작은 평수 매매를 선택하는 사례도 늘었습니다. 전세난이 매매 수요로 튀는 '풍선효과'가 실수요자 단위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아이 교육을 위해 이사를 계획했지만, '버티기'를 선택했다는 B씨(40대)는 "모든 세입자가 재계약 시기가 다가오면 불안하겠지만, 요즘엔 집주인이 부르는 값에 안 맞으면 2년 더 살 수밖에 없다"며 "계약갱신청구권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가 내년에는 중학생이 되니 학군지로 이사를 하고 싶었지만, 이사에 복비까지 생각해 이번에는 포기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매물 부족을 체감한다는 수요자도 있었습니다. 내년 봄 결혼 예정인 C씨(30대)는 "몇 개월 만에 전세가 이렇게 구하기 힘들어질 줄은 몰랐다"며 "예비 신부와 논의해 차라리 대출을 더 보태서 작은 집을 사는 방향을 생각해봤는데, 일반적인 신혼부부 수준에서 살 수 있는 20평대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습니다. 
 
거래가 끊기다시피 하면서 중개 현장의 곡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전세든 매매든 거래 자체가 안 되니 몇 달째 수입이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노원구 상계동 공인중개사 D씨는 "전세든 뭐든 없지만, 매물이 나와도 집주인과 세입자 간 눈높이 차이가 커 계약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부동산 비수기이기도 해서 한동안 차라리 휴가를 갈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심각한 수급 불균형…'2021년 전세대란급' 
 
이같은 수급 부족은 전세 가격에도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KB부동산 7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은 7억458만원으로,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11년 6월 이후 처음으로 7억원을 넘어섰습니다. 
 
특히 무주택 서민층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던 외곽 지역의 상승폭이 두드러졌습니다. 강동구가 2.45%로 가장 많이 올랐고 성북구(2.37%), 중랑구(2.25%), 금천구(2.19%), 강북구(2.14%), 노원구(1.89%)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전세를 감당하지 못한 수요가 월세로 옮겨 가면서 월세난도 겹쳤습니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통합가격지수는 103.98로 나타났습니다. 2015년 6월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세난의 성격이 과거와 다르다고 지적합니다. 단순히 신규 입주 물량이 부족해서만이 아니라, 정부의 대출 규제가 매물 자체를 묶어버렸기 때문에 결국 가격 상향 조정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KB금융지주가 발표한 '2026 KB 부동산보고서'에서는 부동산 전문가의 87%가 수도권 전세 가격 상승을 점쳤습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요건이 강화되고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커진 점도 월세 수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KB부동산이 조사한 이달 서울 전세가격전망지수도 136.1로 상승 전망이 여전히 압도적입니다.
 
이 가운데 정부는 전세난을 비롯한 부동산 가격 상승의 근본 원인을 '공급'으로 정의하고 조만간 대대적인 공급 대책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7일 '2차 부동산 공급 점검회의'를 열고 수도권 주택 공급 대책을 재차 논의하고, 종합적인 수도권 공급 대책 발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급 대책이 반드시 수요가 있는 지역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단순한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게 아니라, 수요가 있는 지역에 빠르게 공급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따라서 새로운 부지 개발보다는 정비사업 활성화와 3기 신도시 등 기존 사업지의 패스트트랙 확보가 향후 주거 안정의 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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