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촌 여성들, 미군에 ‘성매매 조장해 인권침해’ 손배소…관건은 ‘묵인·격리·방관’ 입증
2022년 대법, “국가가 주도해 미군 기지촌 조성”…배상 책임 인정
2026-04-15 16:00:37 2026-04-15 16:06:34
[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미군 기지촌 성착취 피해 여성들이 주한미군에게 책임을 묻는 민사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앞서 2022년 대법원이 기지촌 여성들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데 이어, 이번엔 미군의 책임을 따지겠다는 겁니다. 1950년대 이후 형성된 기지촌 성매매 구조에 미군이 얼마나 개입하고 방조했는지가 이번 재판을 가를 핵심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지난해 9월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지촌 미군 위안부 주한미군 대상 손해배상청구소송 기자회견'에 앞서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박정호 부장판사)는 기지촌 성착취 피해 생존자 117명이 주한미군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번째 변론준비기일을 열었습니다. 변론준비기일은 본격적인 변론에 앞서 쟁점과 입증 계획을 정리하는 절차입니다. 
 
다만 이번 소송은 주한미군을 상대로 제기됐으나 피고는 대한민국 정부로 특정됐습니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등에 따르면, 공무집행 중인 미군 구성원 등이 법률상 책임을 지는 사고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이 우선 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후 미군 측에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소송의 청구원인은 미군의 불법행위라고 명시되어 됐어도 피고는 대한민국인 겁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원고 김순옥(가명)씨는 “재판 진행 상황을 동료들에게 알리기 위해 참석했다”며 “판사님께서 미군들이 저희에게 가한 행위와 저희의 억울한 사정을 충분히 살펴보고, 공정하게 판단해 주실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재판부는 출석한 원고 2명에게 재량으로 발언 기회를 주고 목소리를 경청했습니다. 
 
원고 측은 소장과 진술증거 등을 제출했지만, 피고인 정부 측은 답변서조차 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가 “2025년 접수된 사건인데 왜 아직 답변서조차 내지 않았냐”고 묻자 소송수행자 측은 “주한미군 관련해서는 수행청이 아직 지정이 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피고가 대한민국 정부로 특정된 국가손해배상 사건의 경우 소송 내용과 가해 공무원에 따라 소송을 수행하는 기관이 정해지는데, 주한미군이 엮인 문제라 아직까지 수행청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앞서 원고들은 지난해 9월 소장을 내고 주한 미군이 기지촌 성매매 구조를 사실상 조장·관리해 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기지 인근을 성매매 공간으로 가능케 하고 △한국 정부에 성병 감염 여성의 격리·관리를 요구하고 △미군 관련 범죄를 방관함으로써 폭력적인 성매매 구조를 조장했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이번 소송에서는 주한미군이 기지촌 성매매 구조의 형성과 운영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했는지 밝혀내는 것이 소송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이 소송이 가능해진 배경엔 2022년 대법원 판결이 있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과의 군사 동맹을 유지하고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기지촌에서의 성매매를 “정당화·조장 행위로 인해 그들의 인격권 나아가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당(했다)”고 보고 이에 대해 국가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 측은 이 판결을 토대로 책임 범위를 미군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한편, 기지촌 성매매 구조는 1950년 한국전쟁 이후 형성됐습니다. 1957년 유엔군사령부가 서울로 이전하자 정부는 미군 ‘위안부’를 평택·동두천 등으로 집결시켰고, 성병을 관리하고 애국 교육을 하는 등 기지촌 내 성매매에 적극 개입했습니다. 원고들은 대부분 10~30대에 기지촌에 유입돼 수십 년간 머물렀습니다. 당시 성병보균자 진단을 받으면 여성들에겐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주입됐고, 페니실린 과다 투여로 쇼크사하는 경우까지 있었습니다. 
 
정부는 지난 3월 기지촌 여성들에게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습니다. 다만 피해자들은 미군과 미국 정부의 책임 인정이 빠진 점을 들어 “반쪽짜리 사과”라며 미국 정부의 사과와 조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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