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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4월 8일 16:1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상장 전 지분투자를 유치했던 기업들이 중복상장 규제 강화라는 변수를 맞닥뜨리면서 국내 재계의 자금조달 전략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통해 성장 자금을 확보하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방식을 반복해왔지만 중복상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심사 기준이 강화되면서 기존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IPO를 전제로 자금을 조달하려고 했던 기업들은 상장 지연에 따라 투자 부담이 현실화되는 상황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주요 그룹의 IPO 전략 변화와 재무 리스크를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사진=SK에코플랜트)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상장을 전제로 외부 자금을 유치했던 기업들이 중복상장 규제 강화라는 변수를 맞닥뜨리면서 재무적 투자자(FI)와의 약정 이행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상장 전 지분투자는 일정 시점 내 기업공개를 전제로 설계된 구조인 만큼 상장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경우 웃돈을 얹어 지분을 되사야 하는 유동성 부담으로 전환되고 있는 모양새다.
중복상장 규제에 멈춘 프리IPO 시계
8일 재계에 따르면 중복상장 규제 강화 기조 속에서 프리IPO 자금을 유치했던 주요 기업들의 상장 일정이 사실상 안갯속에 빠졌다.
LS(006260)그룹은 에식스솔루션즈 상장을 추진했으나 중복상장 논란에 휘말리며 철회했고,
SK(003600)그룹의 SK에코플랜트 역시 당초 예정됐던 상장 일정을 잠정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HD현대(267250)그룹과
한화(000880) 등 주요 그룹들도 기존 IPO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기업은 국내 상장 대신 해외 상장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으나, 규제 환경과 시장 여건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런 IPO 지연이 단순 일정 문제가 아닌 재무 리스크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프리IPO 투자에는 일정 기간 내 상장을 전제로 한 풋옵션 조항이 포함된다. 정해진 시점까지 상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이나 최대주주가 투자 지분을 되사야 하는 구조다. 여기에 투자원금에 일정 수익률이 가산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부채와 유사한 부담으로 다가오는 셈이다.
실제 LS그룹은 내년 IPO 시한이 도래하는 LS MnM에 대해 재무적 투자자와의 자금 유치 과정에서 연복리 6% 수준의 수익 보장 조건을 설정한 상태다. 또 다른 자회사인 에식스솔루션즈의 상장이 무산된 상황에서 MnM 상장마저 지연될 경우 해당 수익률을 반영한 상환 부담이 현실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000880)에너지 역시 외부 자금 유치 규모를 고려할 때 IPO 일정이 밀릴 경우 투자금 회수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처럼 IPO를 전제로 설계된 자금 조달 구조가 흔들리면서 기업들은 유상증자나 차입 확대 등 대체 조달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금리 부담과 재무 레버리지 확대 가능성을 감안하면 단기 대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영훈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중복상장 관련 가이드라인이 확정되지 않는 2분기까지는 코스피 대형 IPO 추진 전반에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IPO 지연 현실화…풋옵션 비용 부담 본격화
대표적으로 SK에코플랜트는 올해 약속했던 IPO 시한을 맞추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FI의 지분을 직접 되사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회사는 프리미어파트너스와 이음프라이빗에쿼티 등 FI들과 수익률을 반영해 매입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투자 원금은 8000억원 규모로 실제 정산 금액은 1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FI와의 계약에는 회사의 고의나 중과실로 IPO가 무산될 경우 기본 수익률 5%에 더해 일정 요건 미충족 시 최대 12% 수준까지 수익률이 상승하는 조항이 포함돼있다. 이에 따라 FI들이 12% 수준 내부수익률(IRR) 보장을 기대하는 반면, SK그룹 측은 연 5% 안팎 수익률 보장을 제안하면서 협상 중이다. 회사 측은 부담 완화를 위해 신주와 구주를 묶어 정산하는 방식으로 수익률 협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가 2022년 공시한 전환우선주 관련 IPO 계약 조항 일부 내용
앞서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프리IPO를 통해 상환전환우선주(RCPS) 4000억원과 전환우선주(CPS) 6000억원 등 총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당시 투자자와의 약정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투자금 납입 후 4년 내 기업공개를 추진해야 한다. 계약서상 기한은 오는 7월까지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자회사 매출 과대계상 문제로 금융당국의 회계처리 위반 제재를 받으면서 상장예비심사 통과 가능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중복상장 규제 강화 기류까지 겹치며 계약 조건 이행 여부를 둘러싼 부담이 현실화되고 있다.
금융기관 출신 한 변호사는 <IB토마토>에 "제도 변경이나 시장 환경 변화 등 불가항력 사유가 인정될 경우 일부 면책 논리가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계약 구조에 따라 책임 범위가 달라질 수 있어 개별 계약별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7월 CPS 기한 만료에 따른 지분 매입 방식을 두고 SK에코플랜트와 FI들이 적정 수준에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중복상장 규제 강화로 IPO 기한을 맞추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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