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금리 위협받는 카드사·캐피탈, '위안화'에 꽂혔다
2026-04-06 16:36:09 2026-04-06 16:56:06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현대캐피탈, KB국민카드 등 2금융권부터 국내 대기업 LG전자(066570)까지 최근 '위안화(CNY) 표시 김치본드'를 발행에 나서고 있습니다. 김치본드(국내 발행의 외화표시채권)는 최근 외환시장 안정에도 일정 부분 기여한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는 가운데, 외화 조달 다변화와 금리 절감 효과까지 더해지며 위안화 조달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는 흐름입니다.
 
현대캐피탈·KB국민카드·LG전자, 17.6억위안 조달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캐피탈, KB국민카드, LG전자는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위안화 표시 김치본드를 발행해 사업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의 발행 규모만 합산 17억6000만위안(한화 3847억원)에 달합니다.
 
현대캐피탈은 금융권 최초로 총 6억6000만위안(1350억원) 규모의 위안화 표시 김치본드를 공모 방식으로 발행했다고 지난달 6일 밝혔습니다. 만기 구조는 2년 단일물, 발행 표면금리는 2.2%이며 주관사는 KB증권이 맡았습니다.
 
KB국민카드도 지난달 31일 4억위안(880억원) 규모로 위안화 표시 김치본드를 발행했습니다. 마찬가지로 2년물이며 표면금리는 시장(연 4.510%)의 절반 수준인 연 2.1%로 정해졌습니다. 주선은 메리츠증권이 맡았습니다.
 
LG전자도 지난달 초에 민간기업 최초로 7억위안(1486억원) 규모로 위안화 표시 김치본드를 발행했습니다. 회사채는 5년물로, 표면금리는 비슷한 시기 같은 김치본드를 발행한 금융사들보다 우위에 있는 연 1.8%로 결정됐습니다. 전액 물량은 중국건설은행이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김치본드는 국내에서 발행되는 외화표시채권으로 연간 발행 규모만 약 10조원에 달하며 한때 시장에서 활황을 띄기도 했으나 2011년 외화 유출 우려로 당국이 외국환 업무 취급 기관의 투자 제한 조치를 시행하면서 10여년간 중단돼 왔습니다.
 
그간 국내 금융기관에서 위안화 표시 김치본드가 발행된 사례도 2014년 10월 우리은행이 2억위안(350억원) 규모로 발행한 것이 유일했습니다. 당시 우리은행은 2년 만기, 표면금리 연 3.87%의 위안화 표시 채권을 사모 방식으로 발행했습니다. 주관사와 결제 은행도 국내 금융사가 아닌 HSBC증권과 중국교통은행이 맡았습니다.
 
그러나 원화 약세와 강달러 흐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외화 유출·수급 이슈의 급부상, 한국은행이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 완화를 위해 지난해 6월 15년 만에 규제를 완화해 다시 물꼬가 트였습니다. 현대카드는 올해 1·2월에 2000만달러, 8000만달러 규모 김치본드를 발행하며 신호탄을 쏘아올린 이후 지난달 KB국민카드와 우리카드가 각각 1억3000만달러, 5000만달러 규모로 김치본드를 발행했습니다.
 
최근엔 미국달러(USD) 표시 김치본드 발행에 이어 위안화 표시 김치본드 발행에도 탄력이 붙기 시작하는 모양새입니다. 기존 달러화 중심의 외화 조달 체계를 위안화로까지 확대해 조달 통화 다변화를 꾀한 것입니다. 최근 급성장한 위안화 시장에서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했다는 점이 이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위안화 표시 김치본드 발행은 조달 수단 다변화를 통해 투자자 저변을 확대하면서도 조달금리를 절감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며 "김치본드는 발행 통화별로 통화스왑 금리 상황에 유불리가 상이하게 작용하는 특성 때문에 최근 달러 표시뿐만 아니라 위안화 표시 김치본드 발행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미·중과 통화스왑·금리격차 셈법 달라져
 
위안화 표시 김치본드는 최근 대기업까지 뛰어들 만큼 수요가 입증된 상황입니다. 미국과 중국 간의 금리정책과 통화정책이 상반된 가운데, 기업들도 자금조달 비용 측면에서 다양한 셈법을 거치는 모양새입니다.
 
이날 기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기준금리는 3.75%인 반면, 중국 인민은행(PBoC) 기준금리는 3.0%입니다. 기준금리에서 나타난 0.75%p의 스프레드(격차)는 국채 수익률에서 더욱 벌어집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36%인 반면, 중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82%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따른 국채 수익률 격차는 2.5%p가량 차이납니다.
 
기업이 실제로 자금을 빌릴 때의 체감은 국채금리보다 더욱 커집니다. 미국채 금리에 기업의 신용 가산금리 연 5~6%의 고금리를 감당해야 하는 한편, 중국채 금리는 연 2% 초중반대 수준에서 표면금리(최종금리)를 결정할 수 있다고 분석됩니다.
 
원·달러 환율이 요동칠 때 위안화라는 대체 통화를 확보해 두면 전반적인 외화 리스크를 수월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입니다. 달러로 돈을 빌렸다가 환율이 오르면 향후 갚아야 할 원금 부담이 불어날 수 있는데, 달러에 비해 원화와 동조화(커플링) 현상이 강한 위안화로 돈을 빌리면 환헤지 대응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준금리에 이어 통화스왑도 김치본드 표면금리 방향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현재 한국과 미국 사이에 직접적인 상설 통화스왑은 2020년 코로나19 당시 600억달러 규모의 한시적 체결 사례 외에는 없습니다. 이 마저도 2021년 말 종료됐습니다. 한국은행은 'FIMA Repo Facility(미국채를 담보로 연준에서 달러를 빌리는 제도)'를 통해 간접적으로 달러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전부입니다.
 
반면, 중국과는 지난해 11월 4000억위안(약 70조원)이란 단일 국가로는 최대 규모의 통화스왑을 체결해 2030년 10월까지 유지합니다. 최근 위안화 표시 김치본드를 2·5년물로 발행했다면 충분히 다음 연장 즈음까지 위안화 유동성에 타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입니다.
 
김치본드는 한화로 환산되는 특성상 글로벌 시장에서의 대내외 불안 요소나 국가 간 통화정책 변화 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채권입니다. 본래 김치본드(채권) 발행금리는 '기준금리(SOFR)+가산금리'로 정해지지만, 실질적인 조달금리는 통화스왑 스프레드·헤지(위험 분산)·환율 등 추가 요건까지 반영돼야 합니다. 따라서 기업 자금조달 비용은 '채권이자+원화 통화스왑 이자(원화로 교환받는 대가)-달러 통화스왑 이자(달러로 교환받는 대가)' 산식으로 최종 산출됩니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채권연구센터장은 "채권 발행 금리는 통화를 따라가다 보니까, 중국이 과거에 비해 경제성장이 좋지 않다 보니까 타국에 비해 중국의 시장금리가 낮은 수준"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위안화로 김치본드를 발행하면 낮은 금리로 발행 가능하다”며 “기업들도 조달 다각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위안화.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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