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밸류업 공시는 ‘무쓸모 규제’
2026-03-30 15:34:52 2026-03-30 15:44:46
이재명정부의 규제 개혁 방향은 명확하다. 기업 성장을 방해하는 규제는 풀고, 시장 투명성을 높이는 상법과 자본시장법은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시행 중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밸류업) 공시’는 불필요한 행정규제에 불과하다고 판단된다.
 
현재 발표되는 밸류업 공시는 대부분 형식적이다. 주가 방어나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주주가치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전략이 부족하다. 대다수 기업은 기존에 관리하던 수익성과 안정성 지표를 나열하는 수준에 그친다. 간혹 일부 상장사가 PBR 1배를 목표로 제시하지만, 이는 상장기업의 최소 기준일 뿐이다. 기업가치가 청산 가치보다 높은 것은 상장사로서 기본 의무이지 성과가 아니다.
 
주주환원율 30~40% 제시도 실효성이 낮다. 배당 재원에 임직원 보상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이 비용 처리를 통해 순이익을 인위적으로 줄이면 환원율 수치는 쉽게 조작된다. 삼성전자가 과거 저평가를 받았던 이유는 수익성이나 실적 부족이 아니었다. 삼성전자가 밸류업 공시 없이도 압도적 시가총액을 기록한 사실은 공시가 주가에 핵심 변수가 아님을 증명한다.
 
밸류업 공시는 기업에 행정적 잡무만 늘린다. 이 제도의 수혜자는 공시 자문을 맡는 대형 로펌과 회계법인이다. 기업은 알맹이 없는 보고서를 위해 막대한 수수료를 지불한다. 주주에게 돌아갈 자산이 자문 시장의 수익으로 새어 나가는 꼴이다. 특히 밸류업 공시를 이행해야만 분리 과세 배당 혜택을 적용해 주는 제도는 자문 시장의 일감을 강제로 만들어주는 악법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포괄적이고 모호한 행정규제로 불가능하다. 자본시장의 체질을 개선하려면 시장 투명성에 직결되는 공시를 내실화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 공시다. 현재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 하한은 100억원(또는 자본금 5%)이다. 윤석열정부는 기존 50억원이었던 기준을 100억원으로 두 배나 상향하며, 자본시장 투명성에 직결되는 핵심 공시 규제를 오히려 완화해 버렸다.
 
하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수억 원을 두고도 치열한 법적 공방이 벌어진다. 기업들은 수억 원대 내부거래가 매출 대비 미미하다는 핑계로 공시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
 
결론은 명확하다. 실효성 없는 밸류업 공시 의무를 폐지해야 한다. 대신 내부거래 공시 기준을 현실화하는 등 진짜 중요한 시장 감시 기능을 높여야 한다.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대주주의 사익 편취를 막는 실질적인 개혁이 우선이다. 형식적인 서류 작업이 아니라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대한민국 자본시장을 선진화하는 유일한 길이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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