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이 탄광 유해 DNA 감정"…과거사 '첫발'
취임 후 다섯 번째 한·일 정상회담…"더 큰 협력 만들 것"
2026-01-13 17:40:42 2026-01-13 18:07:18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한·일 양국이 조세이 탄광 문제에 대한 인도적 협력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가진 다섯 차례의 정상회담 만에 과거사 문제가 첫발을 뗀 겁니다. 이는 셔틀외교의 확실한 토대를 다지는 동시에 과거사와 미래 협력을 분리하는 이재명표 '투트랙 실용외교'에 따른 단계적 외교의 결과물입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현지시간) 나라현 회담장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한일 확대 정상회담에서 기념 촬영을 마친 뒤 태극기를 향해 예를 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작지만 의미 있는 진전"…선의 대신 '협력' 
 
이재명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나라현 나라시에서 가진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지난 1942년 일본 우베시 조세이 탄광에서 183명의 한국인과 일본인이 수몰된 사고가 있었고, 80여년이 지난 작년 8월에서야 유해가 발견된 바 있다"며 "양국은 동 유해의 신원 확인을 위한 DNA 감정을 추진하기로 하고, 구체 사항에 대해서는 당국 간 실무적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조세이 탄광은 태평양 전쟁 당시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징용된 해저 탄광인데요.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에서 사망한 183명 중 약 130여명이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들입니다. 당시 조세이 탄광에 징용된 생존자 중 조선인 상당수가 귀국을 시도했지만 일본 내 다른 지역의 탄광, 군수 공장 노무에서 강제동원된 것으로 전해지기도 합니다.
 
조세이 탄광이 수몰될 당시 일본인 피해자도 상당수 발생했던 만큼 유해 발굴과 정부 차원의 보상을 요구하는 자국 내 여론도 있었습니다. 그간 민간 차원에서 유해 발굴에 대한 일부 성과가 있었고, 주목도도 높아진 바 있는데요.
 
결국 양국은 조세이 탄광을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한·일 간 인도적 협력의 모델로 꼽은 겁니다. 해결이 어려운 과거사 문제 대신에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는 부분부터 해소해가겠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과거사 문제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어낼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도 "오랜 기간 가까이서 교류한 만큼 두 나라의 역사에는 부침과 굴곡도 있었다"면서도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일 양국이 과거를 직시하는 동시에 두터운 신뢰에 기반한 더 큰 협력을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일본과의 관계에서 과거사 문제와 경제·안보 협력은 분리한다는 '투트랙' 실용외교 전략인데요. 이 대통령은 "한·일 양국은 전후 국제질서 속에서 경제 발전의 파트너로서 호혜적인 관계를 발전시켜왔다"며 "국교 정상화의 문이 열린 이후 지난 60년간, 양국 기업인들은 서로 협력하여 경제를 부흥시켜 왔다"고 했습니다.
 
한·일 양국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협력하기로 하면서 윤석열정부 당시의 셔틀외교도 주목받는데요. 당시 윤석열정부는 한·일 과거사 해법으로 '강제동원 배상 제3자 변제안'을 선제적으로 내놨습니다. 이때 정부 관계자는 "물컵에 비유하면 물이 절반 이상 찼다고 생각한다"며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 남은 물컵이 더 채워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호응은 이어지지 않았고, 우리 정부만이 강제동원 문제를 졸속으로 봉합시켰고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용인했습니다. 일본의 선의에만 기대면서 발생한 '예고된 참사'였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깜짝 파격 예우'…"신뢰 관계 보여준 것"
 
양국은 이날 셔틀외교의 토대를 분명하게 다졌습니다. 특히 셔틀외교의 토대는 상징적 장면으로도 확인되는데요. 이 대통령은 이날 일본 간사이 공항에 도착한 직후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숙소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호텔 측 영접이라는 당초 계획과 달리 숙소 밖에는 다카이치 총리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가 파격적 의전에 나선 겁니다.
 
특히 다카이치 총리는 활짝 웃으며 90도로 이 대통령 내외에게 폴더 인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격을 깨가지고 환영해주시면 저희가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일본 국민도 그렇겠지만 대한민국 국민들도 총리님의 이런 모습에 정말로 감사할 겁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에 다카이치 총리는 "와주셔서 기쁘다"고 환대했습니다. 일본 측은 이 대통령의 이동 동선 경호에도 각별한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날 회담은 이 대통령 취임 후 다섯 번째 한·일 정상회담이기도 합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취임 2주 만에 이시바 시게루 당시 일본 총리와 첫 회담을 가진 뒤로 8월과 9월 연달아 회담을 가지며 총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다카이치 총리 취임 후에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정상회담을 가졌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비공식 만남을 이어갔습니다. 나라현에서 열린 이번 정상회담은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에서 열린 두 사람의 두 번째 정상회담입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나라현에서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이곳에 외국 정상을 모시는 건 처음으로 이 대통령과 우정과 신뢰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전략적 환경이 더욱 엄중해지는 가운데 한·일, 한·미·일 협력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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