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디지털자산 전문 매체 <디지털애셋>에서 작성했습니다.
[디지털애셋 박상혁 기자] 예측 시장 거래량이 2년새 130배나 급증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의 새로운 핵심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분야의 기술과 자금이 폭넓게 활용되는 일종의 ‘신대륙’이 생겨난 셈입니다.
예측 시장은 이용자들이 자금을 걸고 사건의 결과를 예측하면, 그 확률이 가격으로 실시간 반영돼 집단지성 기반 정보가 형성되는 시장을 뜻합니다.
시장조성 및 가상자산 분석 기업 키록과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듄 애널리틱스의 지난 11월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1월 주요 예측 시장 플랫폼 월간 거래량은 130억달러(약 19조2950억원)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024년 1월 대비 130배 증가한 수치입니다. 약 2년 만에 이 같은 성과가 나오면서 예측 시장은 가상자산 시장의 주요 분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지난 11월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가상자산 예측 시장 기업 폴리마켓(Polymarket)이 뉴욕시장 선거에서 조란 맘다니 후보의 승리를 예측하는 내용의 광고를 게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예측 시장은 가상자산뿐만 아니라 스포츠,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주제로 사건 결과를 예측합니다. 이 때문에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대체불가능토큰(NFT), 지갑 서비스 등 기존 가상자산 시장의 핵심 분야와는 차별화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습니다.
블록체인-스테이블코인 결합
예측 시장이 다양한 분야의 사건 결과를 예측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음에도 가상자산 시장의 한 분야로 분류되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주요 예측 시장 플랫폼 중 설립 연도가 2020년으로 가장 빠른 폴리마켓이 서비스 자체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출시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폴리마켓이 예측 시장 데이터가 블록체인 위에서 투명하고 위·변조가 불가능하게 공개되기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가상자산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됐기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블록체인을 이용한 서비스를 가상자산 시장의 범주 안에 드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칼시 등 예측 시장 후발주자들이 블록체인 기반이 아닌 다른 플랫폼을 출시했지만, 폴리마켓의 선점 효과로 인해 예측 시장은 여전히 가상자산 시장의 한 분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둘째, 예측 시장에서 사건 결과를 예측할 때 주로 사용되는 베팅 수단이 스테이블코인이기 때문입니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운영되는 폴리마켓에서는 스테이블코인 USDC(US달러코인)가 주요 베팅 수단으로 이용됩니다. 블록체인을 사용하지 않는 칼시도 베팅 수단으로 미국 달러, USDC 등을 도입했습니다.
라이선스 부여…합법적 운영
예측 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미국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측 시장 전체 거래량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을 정확히 집계할 수 없지만, 전문가들은 미국 시간대에 예측 시장 거래량이 늘어나고 아시아 시간대에 거래량이 감소하는 점 등을 근거로 미국이 예측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예측 시장이 다른 주요 국가 대비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유로는 규제의 명확성이 꼽힙니다.
미국에서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예측 시장 사업자들에게 지정계약시장(DCM) 라이선스를 부여해 예측 시장을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합니다. CFTC가 부여하는 DCM 라이선스는 선물·옵션·예측 시장과 같은 파생상품을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상장 및 거래할 수 있는 면허입니다. 이 라이선스는 예측 시장이 주목을 받기 전에는 파생상품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라이선스로 취급됐지만, 예측 시장이 성장한 뒤에는 예측 관련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라이선스로 새롭게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예측 시장 변화 추이. (이미지=디지털애셋)
칼시 질주…후발 주자들 도전
CFTC가 이처럼 예측 시장을 파생상품의 한 갈래로 재정의하는 명확한 라이선스를 부여하자, 주요 예측 시장 플랫폼은 미국을 중심으로 질서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먼저 미국 기반 예측 시장 플랫폼 칼시가 2025년 들어 폴리마켓의 거래량을 추월했습니다. 미국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등 주요 미국 기업들이 칼시의 예측 시장 서비스 중개를 시작하면서 칼시 거래량이 급증한 것입니다. 이에 힘입어 칼시는 지난 11월 기업가치를 110억달러(약 16조3240억원)로 평가받으며 10억달러(약 1조4840억원)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앞서 칼시는 지난 10월 기업가치 50억달러(약 7조4200억원) 평가 3억달러(약 4452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약 한 달 만에 엄청난 약진을 한 셈입니다.
여기에 제미니, 코인베이스 등 미국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도 CFTC DCM 라이선스 취득을 통해 예측 시장 서비스 출시를 선언하면서 미국 중심의 예측 시장 거래량 증가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2025년 예측 시장 플랫폼 주간 거래량 추이. (이미지=디지털애셋)
“한국 시장 출시는 어려울 것”
예측 시장이 지난 2년 동안 급격히 성장했지만 사행성 논란으로 향후 성장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예측 시장은 이용자가 자금을 걸고 불확실한 사건의 결과에 베팅하는데 이러한 구조가 도박과 유사한 특성을 갖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도 CFTC가 예측 시장을 파생상품으로 보고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있지만 ‘모든 예측 계약에 공공성, 비조작성, 비사행성을 충족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이는 향후 예측 시장 사업자들이 세 가지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행위를 하면, CFTC가 언제든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서도 예측 시장의 사행성이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진현수 디센트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예측 시장 서비스 특성상 주요 국가에서는 사행성 논란으로 인해 운영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라며 "한국에서는 예측 시장이 도박에 속할 여지가 있는데, 이 경우 사업자에게 도박장개설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 변호사는 또 "이용자가 돈을 걸고 우연에 의해 득실을 볼 수 있는 서비스는 국내에서 형법상 도박에 속할 수 있기 때문에 예측 시장 플랫폼의 국내 출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상혁 기자 seminomad@digitalasset.works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