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3대 메모리 업체 중 한 곳인 미국 마이크론이 인공지능(AI) 훈풍에 힘입어 시장 기대치 상회하는 ‘깜짝 실적’을 냈습니다. 마이크론이 메모리 업체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해 메모리 업계 실적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실적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에 위치한 마이크론 본사 전경. (사진=마이크론).
17일(현지시각) 마이크론은 2026 회계연도 1분기(9월~11월)에 매출 136억4000만달러, 영업이익 64억19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6%, 168% 증가한 수치입니다 .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4.78달러로 집계되면서, 매출과 EPS 모두 시장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인 매출 129억5000만달러, EPS 3.95달러를 웃돌았습니다.
특히 마이크론은 2026년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가격과 물량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마이크론 측은 “HBM 시장이 2025년 300억달러 규모에서 2028년 1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HBM 시장 1000억달러 달성이 이전 전망보다 2년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D램과 낸드플래시에 대해서도 수익성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회사는 “내년 D램과 낸드 출하량이 약 20%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마이크론은 고객사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D램과 낸드 모두 마진이 70%에 근접한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요 대응을 위해 설비투자도 확대할 방침입니다. 마이크론은 2026 회계연도 설비투자액을 기존 180억달러에서 20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미국 뉴욕 신공장은 2026년 착공, 2030년 가동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아이다호주 신규 공장의 생산 시점은 2027년 하반기에서 2027년 중반으로 앞당겼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0월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석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으로 부터 SK하이닉스의 HBM4 반도체 웨이퍼를 선물로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AI 거품론’ 우려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론이 내년 호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두 회사는 마이크론보다 생산능력(캐파)이 더 높습니다. 메모리 전 제품군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길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수혜 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범용 D램 매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는 D램 가격 상승에 따라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며, 엔비디아에 이어 AMD, 브로드컴 등 주문형반도체(ASIC)향 공급망을 다변화해 시장 입지를 넓히고 있습니다. 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최근 엔비디아에 6세대 HBM(HBM4) 샘플을 대량공급하는 한편 ASIC 업체들에도 HBM을 공급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올해 4분기에는 두 회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3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15조6965억원, 14조722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DS부문의 수익 확대가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특히 두 회사의 내년 연간 합산 영업이익이 2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쏠리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을 116조4480억원으로 내다봤고, 노무라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99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HBM뿐만 아니라 D램 수익성이 급등한 만큼 메모리 업체들의 수익성 확대는 자명한 일”이라며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내년에도 호실적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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