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황성엽 "금투협, 민원 창구 넘어 정책 파트너로"
금융당국과 상시 협의체 신설…정책 논의 초기부터 참여
회원사 의견 상시 취합 체계 구축…협회에 정책 기능 집중 배치
IMA·발행어음 인가 체계 개선 추진…모험자본 공급 확대
2025-12-16 17:24:57 2025-12-16 17:38:23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금융투자협회가 자본시장 정책을 함께 설계하는 전략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 후보(신영증권 대표이사)는 금융투자협회의 역할과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민원 전달 창구에 머물렀던 협회를 금융당국과 상시적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조율하는 능동적인 정책 파트너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입니다.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이사가 <뉴스토마토>와 제7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 후보자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신영증권)
 
황 후보는 16일 여의도 신영증권 사옥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나 "취임 100일 안에 업계가 가장 먼저 체감해야 할 변화는 협회의 태도와 일하는 방식"이라며 "금융투자협회와 금융당국 간 상시 정책 협의체를 즉각 가동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협회가 사안 발생 이후에 대응하는 조직이 아니라 정책 논의의 출발점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금투협회장 차기 회장 선거는 오는 18일 임시총회에서 진행됩니다.
 
황 후보는 협회의 역할 전환이 선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책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개별 민원을 전달하는 방식 대신, 업권 전체의 의견을 사전에 정리해 정책 방향을 제안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주입니다. 이를 통해 금융당국과의 관계 역시 일회성 요청과 응답이 아닌 상시 협의와 조율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금융 제도는 많이 발전했지만,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여전히 더디다"며 "위기 때만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라 생산적 금융 활성화와 연금 개편, 미래산업 자금 조달 같은 구조적 과제를 상시적으로 논의하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황 후보는 당선 직후부터 회원사 400여곳의 의견을 보다 신속하게 취합할 수 있는 체계부터 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업계 현안을 정부와 어떻게 논의할지까지 포함해 100일 안에 협회가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소통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협회 정책 기능에 인력과 자원을 집중 배치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워놓은 상태입니다.
 
38년 증권맨 출신…업권 이해도 높아
 
(그래픽=뉴스토마토)
황 후보가 제시한 방향은 오랜 기간 현장에서 쌓아온 이력과 맞닿아 있습니다. 신영증권(001720) 사장으로 재직 중인 황성엽 후보는 개인투자자 영업을 시작으로 기업금융, 자산관리, 자산운용, 기획, 리스크 관리까지 증권업 전 분야를 두루 거치며 38년간 업권에 몸담아왔습니다.
 
특히 역대 금융투자협회장 대부분이 증권사 출신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후보군 가운데 유일한 현직 증권사 사장 출신이라는 점도 눈에 띕니다. 실제 경영 판단과 시장 흐름을 동시에 경험해왔다는 점에서 금융투자업계를 대표할 수장으로서의 현실 감각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은행 중심에서 자본시장 중심으로
 
황 후보는 자본시장이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금융 구조 전환을 꼽았습니다. 그는 "국가 전략산업을 뒷받침하는 금융의 중심이 은행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기업 성장과 산업 전환의 핵심 역할을 자본시장이 맡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모험자본 공급을 가로막는 인허가 제도의 불확실성부터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특히 그는 종합투자계좌(IMA)와 발행어음 인가가 신규 사업과 직접 관련 없는 사안으로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면서 증권사들의 장기 사업 계획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황 후보는 "중대하고 명백한 결격 사유가 아니라면 심사는 계속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모험자본 범위 역시 현장의 투자 수요를 반영해 유연하게 확대하고 인가에 그치지 않고 실제 투자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연금·자산 구조부터 바꾼다
 
자본시장 체질 전환을 위해 가계 자산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황 후보는 평가했습니다. 부동산에 쏠린 자금 흐름을 증시와 연금시장으로 옮기지 않으면 자본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며 우려했습니다. 특히 원금보장형 상품 위주로 짜인 연금 구조는 장기 수익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황 후보는 "코스피 5000 시대를 논하려면 금융투자협회가 현실적으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연금 제도 개선과 장기투자 인센티브"라며 "적절한 위험 감수를 통해 장기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디지털자산과 토큰증권(STO),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등 새롭게 열리는 시장에 대해서는 자본시장으로 편입하는 방식의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회원사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서도 황 후보는 협회의 역할을 분명히 했습니다. 개별 업권이나 회사의 이해보다 자본시장 전체의 성장을 기준으로 의견을 조율하고, 대형사와 중소형사가 각자의 위치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협회가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자본시장 금융 전환 과정서 분기점 될 것"
 
황 후보는 금융투자협회장의 역할을 단기 성과를 관리하는 자리가 아니라 금융 구조 전환의 방향을 만드는 자리라고 강조했습니다. 규제 환경과 시장 여건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협회가 사안별 대응에 머물 경우 자본시장 전체의 흐름을 주도하기 어렵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협회가 업권의 이해를 조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본시장 정책을 함께 설계하는 중심 축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얘기입다.
 
그는 "황성엽 체제의 금융투자협회는 은행 중심 금융을 넘어 자본시장 중심 금융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하나의 분기점으로 평가받고 싶다"며 "임기 안에 모든 과제를 끝내기보다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는 구조와 방향을 분명히 만들어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신영증권 사옥. (사진=신영증권)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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