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정부부처 업무보고 둘째 날인 12일 이재명 대통령의 '불호령'이 쏟아졌습니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는 거듭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저격했고, 종합편성채널(종편)에는 정치 편향성을 지적했습니다. 또 인천공항공사장에는 "업무 파악도 못 한 거 같다"며 날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법제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연일 쿠팡 '저격수'…과징금 오르나
이 대통령은 이날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면서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고 직격했습니다. 이는 쿠팡의 사상 최대 개인정보 유출과, 쿠팡의 후속 조치에 대한 지적입니다.
또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도 쿠팡의 노동 실태를 지적한 바 있는데, 거듭해서 쿠팡 사태를 거듭하며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올리는 모양새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대통령실은 쿠팡 사태로 인한 2차 피해 방지 조치의 시행과 전관 채용에 대한 전수 조사, 그리고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에 대해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서도 "전 국민 3400만명이 피해자인데 그 사람들이 일일이 소송 안 하면 안 주는 것 아니냐"면서도 "집단소송도 꼭 도입해야 할 것 같다. 입법에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기업의 과징금을 기업 전체 매출액의 3%에서 3년 중 최고 매출액 기준 3%로 올리는 시행령 개정을 지시했습니다. 이에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바로 검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방송 정상화, 업무 보고 왜 빼나"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는 종편에 대한 질타를 쏟아냈습니다. 이 대통령은 방미통위의 업무보고를 받은 직후 "방송 정상화" 부분이 빠졌다고 꼬집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그런 건 (방미통위) 업무에 안 들어가냐"며 "위원회 업무 중에 방송의 편향성이나 중립성 훼손이나 품격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게 있어야 할 것 아니냐. 왜 언급조차 없느냐"고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방송의 편향과 중립성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서 평가한다는 설명에도 "업무 범위가 아니라는 말이냐. 방송들이 중립성을 어기고 특정 정당의 개인 사적 유튜브처럼 행동하는 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관여할 수 없느냐"고 재차 묻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종편, 그게 방송인지, 편파 유튜브인지 의심이 드는 경우가 꽤 있다"며 "방송사들이 엉터리 보도하고, 편향 보도하는 거에 대응이나 가짜 뉴스에는 대응하고 있죠"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중에 위원장이 임명되면 별도로 보고를 받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현재 방미통위는 지난 5일부터 류신환 비상임위원의 직무대행 체제에 들어가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참석자들과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천공항공사에 "아는 게 없나"
이 대통령의 질타는 불호령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인천공항공사에 "외화 불법 반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느냐.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가능한 것인지 설명해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학재 인천공항공사장은 "업무 소관이 좀 다르다. 공항에서 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고 이 대통령은 "제대로 하는지, 가능한지 묻는데 왜 자꾸 딴 얘기를 하느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달러를 불법 반출해 도박이나 범죄행위에 쓰는 모양이고, 돈을 책갈피처럼 꽂아 가면 당연히 안 걸릴 걸 알고 있더라. 당연히 책을 검색해서 뒤집어야지, 어떻게 그냥 통과시키느냐"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장은 "실무적인 것이라 정확히는 모르겠다"며 답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저보다도 아는 게 없는 것 같네"라며 "3년이 돼가는데 업무 파악도 정확히 못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달 23일까지 세종과 서울, 부산을 오가며 총 228개 부처와 기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생중계로 이어갈 예정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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