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백아란·표진수 기자] 전 세계 인공지능(AI) 산업 대격변의 흐름 가운데 글로벌 산업 거물들이 잇따라 방한해 한국 기업과의 산업 협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이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는 만큼 ‘기회의 땅’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은 재계 주요 기업인과 회동을 하고 반도체·AI를 비롯해 미래 성장 동력 중 하나인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사업 등 전방위적 협업 확대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13일 방한한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이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로 들어서면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은 13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LG그룹 내 주요 계열사 CEO들과 회동하며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조주완 LG전자 CEO, 정철동 LG디스플레이 CEO,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 문혁수 LG이노텍 CEO 등이 참석했습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회의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LG는 벤츠의 오래된 강력한 파트너”라며 “LG와 뛰어난 기술 협력이 오늘 미팅의 목적”이라고 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양측은 ‘전기차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디지털화와 자동화를 통한 유연하고 지속 가능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등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했습니다. LG그룹은 전기차 부품·디스플레이·배터리·자율주행 센싱 분야의 차세대 솔루션을 소개했고, 양측은 ‘원 LG’ 솔루션을 기반으로 협업을 추진함으로써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메르세데스-벤츠는 전략적인 공동의 파트너십이 차세대 차량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원동력이라고 굳게 믿는다”며 “LG와 함께 혁신, 품질,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으며 양사의 강점을 결합함으로써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기준을 세워갈 차량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LG와 메르세데스-벤츠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등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환의 핵심 솔루션을 공동으로 개발하며 꾸준히 협력해오고 있습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지난해 3월 독일에서도 LG그룹 주요 계열사 CEO들과 만나 협력을 모색한 바 있습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과도 만납니다. 이 회장과 칼레니우스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만찬을 함께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회동에서는 전기차 배터리와 차량용 반도체와 센서,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에 대한 협업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에 앞서 ‘슈퍼을’이라고 불리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CEO도 방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협력을 타진했습니다. ASML은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기업으로, 반도체 초미세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해 ‘슈퍼을’이라고 불립니다.
경기 화성에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인 ‘ASML 화성캠퍼스’ 준공식 참석차 방한한 푸케 CEO는 한국 기업과의 협력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푸케 CEO는 “새로운 화성캠퍼스는 한국 고객과의 신뢰, 혁신, 지속가능성, 그리고 성장을 향한 ASML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라며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이 있는 화성시에 자리해 있어 보다 긴밀한 협력과 신속한 기술 지원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ASML은 화성캠퍼스 준공을 계기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과 기술 교류를 강화하고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과의 연계 생태계를 구축할 방침입니다. 특히 푸케 CEO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과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과도 회동해 반도체 협력을 논의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CEO들의 잇따른 방한은 한국의 반도체 기술력 등에 대한 기술적 니즈가 있기 때문”이라며 “서로가 큰 고객이자 공급처인 만큼, 미래 사업 협력 도모도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배덕훈·백아란·표진수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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