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차량반도체)①'첫 민간 연합' 출범…국내 허브 현대모비스 '주도'
2030년 200조원 규모 전망…국내 기업 5곳 불과
K-차량용 반도체 동맹 출범 주도…23개사 참여
제품 국산화 이후 10개 반도체 상용화 목표
2025-10-17 06:00:00 2025-10-17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0월 15일 17:4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차량용 반도체는 전기차·자율주행차·스마트카 등 미래 모빌리티의 심장과도 같은 핵심 부품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4%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여전히 메모리 중심의 사업 구조에 머물러 있다. 반면 유럽과 북미 기업들은 전력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며 생태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국내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의 현황과 도전 과제, 해외 주요 사례와의 격차, 그리고 민간과 정부의 협력 방향을 심층적으로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현대모비스(012330)가 국내 23개 반도체 기업 및 연구기관과 손잡고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에 본격 착수했다. 외산 의존도가 절대적인 공급망 구조를 깨고 민간이 주도하는 첫 연합체를 결성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단순 부품 공급사를 넘어 팹리스 역할까지 확대하며 국내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의 허브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언 중인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 (사진=현대모비스)
 
2030년 국산화율 10% 목표…공급망 구조 전환 나서
 
15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연평균 9% 성장세를 이어가며 2030년 1380억달러(약 2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지난해 전 세계 100대 차량용 반도체 기업 중 국내 기업은 5곳에 불과했고, 시장 점유율도 3~4%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최근 ‘K-차량용 반도체 동맹’ 출범을 공식화했다. 이번 협력체에는 삼성전자(005930), LX세미콘(108320), DB하이텍(000990), SK키파운드리 등 반도체 산업의 주요 플레이어를 비롯해 설계·제조·패키징·디자인하우스 기업, 연구기관까지 총 23개사가 참여했다. 이는 국내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민간이 주도한 첫 협력 체계로, 단발적 이벤트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장기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협력 기업들은 이번 동맹을 통해 현재 95% 수준에 달하는 외산 의존도를 2030년까지 1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팹리스·파운드리·패키징·설계 전문 기업이 각각의 기술을 공유하고, 양산 단계까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구조를 구축한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이번 동맹에서 단순한 1차 부품사(Tier 1)를 넘어 팹리스(설계사) 역할까지 수행하며 통합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와 반도체 기업을 연결하는 가교이자 생산 협력 구조를 조율하는 ‘허브’ 역할이 핵심이다.
 
현재 현대모비스는 차량 제어·안전·전장 등 핵심 분야에서 16종의 차량용 반도체를 자체 설계해 외부 파운드리를 통해 연간 2000만개 이상 양산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협력해 실제 차량 환경 검증까지 완료한 칩도 다수다. 기존 팹리스·파운드리 기업이 보유한 기술력을 차량 특성에 맞춰 조정하고, 품질·안정성 기준을 조율하는 것이 현대모비스의 역할이다.
 
 
2~3년 내 10개 반도체 상용화…성과 가시화 기대
 
이번 동맹은 기존 대기업 중심의 협력 구조에 스타트업과 신기술 기업의 참여까지 독려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차량용 반도체는 내구성과 품질 인증이 까다로워 신규 진입이 쉽지 않지만, 설계·소프트웨어·패키징 분야의 혁신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생태계에 참여할 경우 개발 속도와 다양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모비스는 포럼을 정례화해 기술 로드맵을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신규 기업의 참여 문턱을 낮출 방침이다. 실제로 ASK 참여 기업 중 글로벌테크놀로지와 동운아나텍은 현대모비스와 공동 개발을 마치고 차세대 램프·구동 반도체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협력의 가시적인 성과를 2~3년 내에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 기업들과 공동 개발 중인 반도체 가운데 일부는 내년부터 양산이 시작된다. 현대모비스는 팹리스 회사별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협력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10개 이상 반도체를 실제 차량에 탑재하는 것이 목표다.
 
업계는 이번 동맹이 단기적인 국산화 성과를 넘어 한국 산업 생태계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완성차·반도체·IT 산업이 긴밀히 연결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이 자리 잡게 되면, 기술 자립과 미래 시장 선점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협력 구조는 향후 로봇, 자율주행, UAM(도심항공교통), 스마트팩토리 등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번 동맹은 단순한 반도체 개발이 아니라 관세 불확실성과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적 선택”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국내 산업 전반의 성장 기반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모비스는 향후 ASK를 국내 대표 포럼으로 육성해 반도체 생태계 중심축으로 자리 잡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술 표준화를 추진하고, 국내 반도체 기술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협력에서 현대모비스는 차량 제어기와 반도체 간의 최적화를 설계하고 실차 검증까지 책임지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면서 "반면 세부 공정이나 칩 생산은 각 팹리스, 파운드리 등 전문 기업들이 담당하게 된다. 쉽게 말해 설계·검증·적용을 우리가 주도하고, 제조와 세부 기술 구현은 협력사가 맡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각자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어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 효율도 높일 수 있다. 특히 전력반도체처럼 핵심 부품은 통합 개발을 통해 연구개발 기간을 최대 2년 가까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수익 구조 역시 단순 구매·공급 관계가 아니라 공동 개발을 통한 상호 성장 모델로, 우리가 수요 기업으로서 일정 물량을 보장하고, 협력사는 안정적 판로를 확보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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