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세계 군비 확장 흐름 속에 한국 방위산업의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개입 축소와 국제 정세 불확실성이 각국의 군비 경쟁을 촉발하면서, 국내 주요 방산 기업들의 실적과 수주잔고가 사상 최대 규모로 치솟고 있습니다. 여기에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찾은 이재명 대통령이 정상외교 무대에서 방산 세일즈에 나서며, 한국 방산의 외연은 한층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업계에 따르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은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방산 협력 확대를 제안했습니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K2 전차의 납품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한국산 무기체계의 신뢰성을 확인했습니다.
폴란드는 최근 방산 분야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축적된 교훈을 나토 훈련과 전략에 반영하기 위한 훈련 및 교육센터를 비드고슈치에 신설 중입니다. 우크라이나는 드론을 활용한 정찰·타격 일체형 운용, 분산형 기동전, 전자전 대응 등 기존 전쟁 교리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실전 데이터를 쌓아온 국가로 평가받는데, 폴란드는 이러한 경험을 단순히 자국 군에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중계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것입니다.
폴란드의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 방산 기업에도 새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산 무기체계는 빠른 납기와 대량 생산 능력,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경쟁력을 강점으로 삼아 우크라이나식 전장 요구에 부합하는 장비로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실제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K2 전차,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등 한국산 무기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했습니다. 이러한 장비들이 나토 표준 교리에 맞게 개량·통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협력 범위가 한층 넓어질 전망입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의 방산 협력 제안은 시기적·전략적으로 맞아떨어졌다는 평가가 뒤따릅니다.
세일즈 외교는 폴란드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이 대통령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AI와 방산 분야 협력을 발전시키자”고 제안하며 유럽 전반으로 협력 확대를 모색했습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역시 이라크를 방문해 해군·공군 기지 건설 등 국방·방산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정부 차원의 전방위 외교가 동시에 가동되고 있습니다.
각국의 재무장 움직임 속에 방산 시장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국방비는 전년 대비 9.4% 증가한 2조7810억달러(약 3900조원)에 달했습니다. 유럽은 1990년대 이후 저성장 기조를 깨고 최근 3년간 연평균 17% 급증세를 기록했습니다. 채운샘 하나증권 연구원은 “MAGA 정책과 동맹국 방위비 압박 등으로 방산산업은 미국의 개입 축소 흐름에 놓여 있다”며 “수년간 파이가 줄어들 수 없는 시장”이라고 짚었습니다.
글로벌 방산 수요 확대는 한국 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나증권 분석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K-방산 4사’의 합산 매출액은 지난해 약 23조원에서 올해 40조원으로 80% 늘어날 전망입니다. 내후년까지 매년 영업이익이 1조원가량씩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매출은 지난해 11조원에서 올해 26조원 이상으로 두 배 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압도적 1위’ 지위를 공고히 할 것으로 보입니다.
수주잔고 규모도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4사 합산 수주잔고는 2020년 25조원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82조원으로 3배 이상 불어나 지난해 매출액 대비 4.5배에 해당하는 일감을 확보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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