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한·미 정상회담을 6일 앞두고 재계 총수들과 만나 '코리아세일즈' 전략을 논의했습니다.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의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하는 재계 총수들과 함께 대미투자·협력안을 점검한 건데요. 이미 한·미 관세 협상에서 밝힌 3500억달러(약 472조원)를 토대로 한 대미 투자에 더해 우리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보따리'가 미국 현지에서 공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미·일 순방 동행 경제단체 및 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장재훈 현대자동차 부회장,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겸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사진=뉴시스)
조선업 필두 15개 기업 방미…투자 계획 점검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미국 방문에 동행하는 기업인들을 용산 대통령실에 초청하고, 약 2시간에 걸친 '미·일 순방 동행 경제단체 및 기업인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미국과의)관세협상 과정에서 우리 기업인들이 애를 많이 써줘서 생각보다 좋은 성과를 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이날 자리에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등 경제단체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장재훈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그룹 총수가 참석했습니다. 여기에 한·미 관세 협상의 핵심 키가 된 기업 총수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회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방미 경제사절단은 총 15개 기업으로 꾸려질 예정인데,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총수 외에도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등 조선 기업과, 에너지·핵심광물 관련 기업도 동행합니다.
이 대통령은 한·미 관세 협상 이전에도 주요 그룹 총수들과 1대1 면담을 갖고 협상 전략을 논의한 바 있는데요. 이 대통령은 이번 방미 기간 중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조선소도 방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집니다. 관세 협상의 핵심으로 부상한 조선업과 관련해 힘을 싣겠다는 취지입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업인들에게 "이번 미국 방문에 동행하는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많이 만들어달라"면서 "수출 여건의 변화로 정부와 기업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함께 힘을 모아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류 회장은 "이번 한미 관세 협상으로 불확실성이 제거돼 우리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회복됐다"며 "재계도 정부의 파트너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역시 "대미 투자와 별개로 국내에서도 지속해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관련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대미 투자 총액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이미 저희 협상 과정에서 나온 액수가 있다"고만 했습니다. 앞선 협상에서 공개된 3500억달러의 틀 안에서 투자가 진행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대신 대미 투자펀드 조성 방안과 기업별 투자 계획이 중점적으로 다뤄진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날 반도체·자동차·배터리·조선·항공기 등 주요 전략 산업의 추가 대미 투자 확대안이 공개되지는 않았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이번 경제사절단에 대해 "'실질적 투자' 방안을 가진 기업들과 함께하게 됐다"고 설명했는데요. 각 기업의 투자 확대안 등에 대해선 한·미 정상회담 순방 기간 공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조선업을 주축으로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전선, 바이오 분야의 대규모 '패키지 세일즈' 발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이미 4대 그룹은 약 864억달러(약 120조원) 이상의 대미 투자를 계획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 공급망 강화와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찍고 있는 만큼,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서의 추가 투자 계획 발표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3500억달러+α 투자 가능성…회담서 '구체화'
우리 정부는 지난달 31일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통해 25%로 책정한 상호관세를 일본과 유럽연합(EU) 수준인 15%로 낮춘 바 있습니다. 대신 우리는 미국에 350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47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비록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무력화된 협상 결과라 할지라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 속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협상 결과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이와 같은 협상 결과를 얻기 위해 우리는 대미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큰 관심을 보였던 조선업 협력 펀드에 1500억달러(208조원)를 조성한 것입니다. 이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를 비틀어 조선업 협력 프로그램인 '마스가'(MASGA, 미국의 조선산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로 재탄생시킨 협상 방안입니다.
글로벌 해상 패권을 지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상의 협상 방안으로 다가선 셈인데요. 우리 정부는 반도체와 원전, 2차전지와 바이오 산업 등에도 200억달러(약 278조원)를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1000억달러(약 138조원)의 LNG·에너지 구매도 병행합니다.
결국 이 대통령은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하는 15개 기업과 함께 3500억달러+α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힐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지난달 31일 미국과 타결한 관세 협상의 내용의 합의 내용을 구체화할 예정입니다. 이때 우리 기업들의 이른바 대규모 '투자 보따리'가 공개될 전망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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