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정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산재와의 전쟁'입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산재 관련 공식 언급만 10차례 이어왔습니다. 취임 후 매주 산재(산업 재해) 관련 이슈를 직접 챙긴 셈인데요. 특히 반복적 산재가 발생한 SPC삼립 공장을 직접 찾아 '후속 조치'를 이끌어냈습니다. 휴가 복귀 첫 메시지도 산재 예방이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고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규정하고 '산재와의 전쟁'을 국정 핵심 추진 과제로 끌고 가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산재 사고, 일종의 미필적 고의 살인"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국무회의에서 고용노동부로부터 중대재해 감축 방안을 보고 받고 과징금 등 강력한 제재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대형 건설사들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은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동시에 '원청의 책임 강화' 부분을 반드시 반영하라고 했습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도 "돈 벌려고, 비용 아끼려고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자 사회적 타살"이라고 직격했습니다.
이어 "안전 조치를 하지 않는 근본적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이고 목숨보다 돈을 귀하게 여기는 풍토 때문"이라며 "반대로 비용을 아끼려 안전 조치를 안 하는 게 더 손해이고 바보 짓이라고 생각하게 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워낙 구조적 문제이고 건국 이해 계속된 문제이지만 계속 방치할 수는 없다"면서 "관련법을 개정해서라도 후진적 산재 공화국에서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산재 근절을 위한 이재명정부의 대책 마련은 두 부처를 넘어, 전 부처로 확대할 예정인데요. 이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국민의 '안전'을 강조하며 산재 근절을 거듭 언급해온 것과 연결됩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4일 취임 선서 직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위협하는 등 규칙을 어겨 이익을 얻고 규칙을 지켜 피해를 입는 것은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연 첫 국무회의에서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도 사망사고가 줄지 않는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어떤 상황이냐"고 보고를 요구했습니다. 취임 30일 만에 연 첫 기자회견에서도 "반복되는 산업재해의 재발 방지책 마련까지, 안전 사회 건설의 책무를 결코 외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는데요.
산재 근절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돋보인 건 지난달 25일 SPC삼립 시화공장 방문이었습니다. 직접 현장을 찾은 이 대통령은 "똑같은 현장에서 똑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돈과 비용 때문에 안전과 생명을 희생하는 구조는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직접적인 질책 이후 SPC그룹 측은 생산직 야근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그럼에도 잇따른 산재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이 대통령은 휴가 기간 중인 지난 6일 직접적인 제재 조치까지 주문하고 나섰습니다.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의 산재 반복에 대해 건설 면허 취소와 공공 공사 입찰 제한 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후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합동으로 포스코이앤씨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습니다.
닷새간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이 대통령의 첫 메시지 역시 산재였습니다. 지난 9일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재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산재 사고 근절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사안을 챙기겠다는 의지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을 바라보고 있다. 이 대통령 자리에 광복 80주년 기념 태극기 달기 캠페인 열쇠고리와 네임택이 놓여 있다. (사진=뉴시스)
이유 있는 '산재 근절'…중대재해법 효과 '전무'
이 대통령은 산재 발생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불이익을 받는 등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 조치를 줄이는 문화가 기업에 치명적 손해로 다가오게 하는 것으로 산재를 근절할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현재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사고 예방보다 사후 처벌에 방점이 찍혀 있다 보니, 사전 예방으로 산재 문제를 가져오겠다는 구상입니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이후 지난 3년간 실형 선고는 1건에 그쳤고, 대부분 벌금형과 집행유예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산재 사망사고 역시 2022년 이래로 뚜렷한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습니다.
결국 이재명정부는 산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기업에 금융대출 제한, 징벌적 손해배상, 공공 입찰 제한 등 강도 높은 제재 방안을 적용해 기업의 '손해'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앞서 "산업재해가 거듭 발생한 기업은 회생이 어려울 만큼의 엄벌과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와 같은 대통령의 산재와의 전쟁은 '산재 피해자'이자 인권변호사 출신인 과거 경험의 바탕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어린 시절 소년공으로 일하며 부상을 얻어 장애 판정을 받은 바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지난 2021년 "나이가 들어도 살 만해져도 장애의 서러움을 완전히 떨쳐내기는 어렵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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