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코스피가 3100선을 돌파한 후 상승 행진이 주춤해진 모습입니다. 강한 순매수를 보여준 외국인들도 일단 매도로 돌아선 상태입니다. 증권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론 추가 상승을 예상하면서도 지금은 과열 국면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추가 상승 동력이 약해진 이상 시장의 관심은 국회로 향할 전망입니다.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개혁법안들이 속전속결로 진행돼 본회의에 오를 경우 시장도 다시 한번 힘을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6월 외국인 순매수…지난주부터 매도 전환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0.9% 하락한 3075.86에 마감했습니다. 이로써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에도 이어온 상승 행진이 멈췄습니다. 상승 에너지도 크게 위축된 모습입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 내용입니다. 외국인들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 4일부터 그 다음주까지 연속 순매수 행진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16일 3주차에 들어서면서 매수 기조가 바뀌었습니다. 18일, 20일, 24일에도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다른 날엔 코스피 주식을 내다 팔았습니다. 물론 6월 합계금액으론 여전히 4조원에 가까운 순매수를 기록 중이지만 2주차까지와 3주차부터 흐름은 다릅니다.
선물시장에서는 매도 흐름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같은 기간 2조5000억원 넘게 순매도했습니다. 선물이 현물 거래를 헤지하는 성격이 있다고 해도 4영업일을 제외하고 모두 순매도를 보인 것은 눈에 띕니다. 하필이면 외국인이 현물·선물시장에서 매도 전환한 16일은 주말 사이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후의 증시 첫날이자 코스피가 2900을 넘어선 다음이기도 합니다.
물론 외국인의 이같은 매매와는 상관없이 코스피는 계속 강세 행진을 벌였습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에 미국이 개입해 직접 이란 핵시설을 공습했는데도 3000선을 지켰고, 휴전 소식이 들리자마자 다시 상승으로 돌아서 기어이 3100을 돌파했습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이사는 24일 한국거래소에서 ‘하반기 증시 전망’을 주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정부 정책이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코스피는 7월 및 4분기 주요 이벤트를 소화한 뒤 내년 상반기 3600까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단기 과열…조정 나와도 이상하지 않아”
하지만 장기 전망은 좋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코스피는 저점을 찍은 날부터 석 달도 안 돼 35% 급등했습니다. 3100선을 넘어선 뒤로는 주춤한 상태입니다. 상승 추세를 깨지는 않았지만 소폭의 등락을 반복하면서 업종별, 섹터별로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장이 부담을 느낄 만한 영역에 도달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증권업계에서는 코스피의 상승 가능성을 높게 전망하면서도 정책 지원만으론 코스피가 목표가까지 오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25일 코스피 마감가 3108포인트는 주가순자산비율(PBR)로 1.05배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지난 4월9일 코스피 2300선이 깨졌던 날 PBR이 0.80배였습니다. 4년 전인 2021년 6월25일 3302포인트로 고점을 찍었던 날의 PBR은 1.30배입니다. 이처럼 코스피 PBR은 대략 0.8배에서 1.3배 사이를 오가곤 합니다.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듯 PBR 1배는 과거 데이터에 비해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영역으로 ‘저평가’는 넘어선 상태에 해당합니다.
그럼에도 추가 상승이 부담스러운 이유는 이번 랠리가 경제 호전이나 기업실적에 의한 것이 아니라 새 정부가 약속한 자본시장 개혁에 대한 기대감을 동력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국내외 경제는 여전히 어렵고 기업실적은 악화가 예상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법 개정을 논의할 법제사법위원회 구성을 두고 여야의 대결이 이어지면서 일부에선 벌써 실망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기대감으로 오른 경우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때 반작용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여전한 가운데 유예한 시한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관세 압박이 재개될 시기를 미국 정부가 감세안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8월 이후로 예상했습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이에 대응해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을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7월 인하는 없다고 이미 못 박았으니 결국 4분기에나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단, 인플레이션이 우려한 만큼 높아지지 않거나 노동시장이 약화될 경우 금리를 더 빨리 인하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연구원은 “코스피가 단기 과열권에 진입한 상태여서 언제든 조정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7일 본회의?…속전속결이 중요
그래서 더더욱 상법 개정 등을 논의할 국회에 시선이 쏠립니다. 자본시장 개혁의 완성을 전제로 한다면 3배를 넘나드는 선진국 증시에 비해 PBR 1.05배는 매우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국회의 여야 원내대표들은 26일 본회의 개최를 두고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현재 여야는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상법 개정을 논할 법제사법위원회 등 5개 상임위 위원장 자리를 두고 갈등 중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늦출 수는 없어 여당의 일방통행으로 상임위가 꾸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여당은 27일 단독 개최하겠다며 야당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일단 국회가 열리고 상임위가 출범하면 증시의 관심은 법사위로 집중될 전망입니다. 어차피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적어 여당이 얼마나 공격적으로 처리할 것인지에 달려있습니다. 법안 내용 일부가 수정될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시장의 반응도 환호와 실망으로 갈릴 전망입니다.
만약 국회 본회의 통과가 늦어진다면 실적시즌과 겹칠 수 있는데요. 이미 2분기 실적이 안 좋을 것으로 예견된 터라 법 개정이 교착 상태에 빠진다면 실망은 배가될 수도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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