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기자] 이재명정부 출범과 함께 '연간 40조원 벤처투자시장 육성' 대선 공약이 본격적으로 실현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업계는 공약의 핵심 방안인 '연기금 및 연기금투자풀의 벤처펀드 출자 확대'가 추진될 경우 국내 벤처·스타트업 생태계가 전례 없는 성장 기회를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연기금의 벤처·스타트업 투자 확대'를 반영시키는 성과를 거뒀다고 4일 밝혔습니다.
정재호 K-정책금융연구소장은 "국가재정법 제81조(기금 여유자금의 통합운영)와 관련해 현재 180조원에 달하는 금융기관 예치금을 연평균 수익률 9%인 벤처·스타트업에 직간접 투자의 활로가 열릴 것 같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25년 전에는 은행 예금에서 주식, 채권투자 하는 것이 혁신적 조치였는데 이제는 벤처투자 수익률이 검증되었으니 그 방향으로 대거 이동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령 제37조에 기획재정부 장관 단독 결정으로 되어있는 것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금융위원장 등을 넣어서 벤처투자를 해본 부처의 장에게 무게중심을 이동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당선인은 대선 기간 동안 벤처투자 확대를 '10대 1호 공약'으로 내세우며 글로벌 4대 벤처강국 실현을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이를 위해 연기금·퇴직연금의 벤처 투자 허용과 모태펀드 예산 확대 등 구체적 방안을 통해 연간 40조원 규모의 벤처투자 시장을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습니다.
현재 국내 벤처투자 규모는 연간 약 12조원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를 40조원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모태펀드 중심의 공공 자금 공급을 확대하고, 연기금·퇴직연금 등의 유입을 유도해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러한 방향은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와 벤처업계가 지속적으로 제안한 '68개 법정기금의 벤처·스타트업 투자 의무화' 주장과 맥을 같이합니다. 공적 자금이 벤처투자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하며 민간 자본의 유입을 촉진하는 구조가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K-정책금융연구소는 특히 국가 임무의 대전환이라는 상위 목표 아래 기술 기반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해 왔습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창업 초기부터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재정적 기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정치권에서도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박정 민주당 의원은 "우리 경제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고 대기업 위주의 성장 전략만으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기술과 창의력, 기업가 정신을 기반으로 도전하는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4월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소·벤처·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68개 법정기금 법 개정 국회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벤처·스타트업으로 향하는 연기금
현재 국내 연기금은 채권, 예금, 주식 등 비교적 안정적인 자산에 집중해 운용돼 왔습니다. 하지만 저성장 장기화로 수익률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필요성이 커졌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벤처·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확대됐습니다. 이에 정부 차원의 강력한 정책 유도가 있을 경우 연기금이 본격적으로 벤처 투자자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K-정책금융연구소는 이 같은 연기금 투자 확대에 더해 "68개 법정기금 중 5~10%를 중소·벤처·스타트업에 의무 투자하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2024년 기준 법정기금의 연간 운용 규모는 약 1000조원으로, 이 중 72%가량이 채권·예금 등 안전자산에 집중돼 있어 혁신 산업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법정기금의 일부만 벤처투자 시장에 흘러가도 연쇄적인 파급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벤처기업협회는 "벤처투자 시장에 50조~100조원 수준의 공적 자금이 유입되면 시장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 초기 단계 기업의 생존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공적 자금이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서면 민간 자본도 신뢰를 갖고 유입돼 투자금의 레버리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공적 자금이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며 국가 경쟁력을 이끌 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가운데)이 지난달 29일 서울 성동구 메리히어에서 열린 '혁신성장의 씨앗, 스타트업 레벨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연기금 혁신투자…"지금이 최적기"
벤처·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정부의 의지가 강력한 지금이야말로 연기금이 혁신 투자에 나설 최적기라며 기대감을 내비쳤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연기금의 투자는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국가 미래를 위한 전략적 투자이자 벤처기업을 성장의 핵심 축으로 만드는 구조 개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안정적인 투자 기반은 스타트업이 기술 고도화와 해외 진출을 가능하게 하고 유망 기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며 "연기금의 벤처·스타트업 투자는 시장의 일시적 유동성 공급을 넘어 창업 생태계의 구조적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전략적 수단"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 소장은 "이재명 대통령 시대가 본격화되면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벤처투자 활성화 기조가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대규모 공적 자금이 유입돼 벤처·스타트업 생태계가 탄탄해진다면 수많은 혁신 아이디어가 제대로 된 육성을 받으며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돼 기술창업 혁신 국가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재벌 대기업들은 과거 정경유착과 관경일체 속에서 국가적 특혜를 받으면서 성장해왔다. 이제는 기술 기반 중·벤·스가 국가적 지원을 받아야 될 차례"라면서 "그렇게 할 때만이 한국 사회의 신(新)계급인 '뉴 클래스'를 형성할 수 있다. 국가의 역할이 재정립, 대전환돼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라고 역설했습니다.
오승주 기자 sj.o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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