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감독체계 개편 예고에 금투업계 '긴장'
먹튀 근절·집중투표제 활성화 등 주주 권익 제고 초점
자사주 소각 정책에 벌써 상폐 택한 기업 등장
금융감독체계 개편안…"민주당·정무위 의지 확고"
2025-06-04 06:00:00 2025-06-04 08:29:23
 
[뉴스토마토 이보라·김주하 기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이 코스피 5000시대를 열겠다고 천명하면서 금융투자업계를 비롯한 소액주주들은 기대감을 표하고 있습니다. 다만 상법개정안 재추진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 계획에 따라 최대주주와 상장기업은 긴장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금융감독체계 개편 계획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4일 국회 및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제21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을 통해 '3대 비전과 15대 정책과제' 가운데 '공정경제'를 6번째 정책과제로 내세웠습니다. 여기서는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위해 금융제도 선진화 △먹튀·시세조종 근절해 공정 시장질서 조성 △기업지배구조 개선 통해 일반주주 권익 보호 △지배주주 사익편취 행위 근절 △수급여건 개선·유동성 확충해 주식시장 활력 제고 등을 제시했습니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자본시장을 선진화하기 위한 방안입니다. 
 
이재명정부는 '코스피 5000' 달성을 약속했습니다. 그는 지난 2일에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코스피 5000시대를 열겠다. 국민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을 만들고 혁신기업이 정당하게 평가받는 토대를 마련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소수주주 플랫폼 '액트'의 윤태준 소장과 간담회에서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옭아맸던 주식시장에 코스피 5000이라는 새로운 희망을 실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4월21일에는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과 만나 "주식시장 활성화의 핵심은 규칙이 지켜지는 정상적인 시장을 만드는 것"이라며 "주가 조작을 절대로 못하게 해야 하고, 대주주들의 지배권 남용도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 상법 개정도 이번에 실패했는데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공약, 얼마나 속도감 있게 추진하느냐가 관건"
 
이 당선인은 일반 주주의 권리을 폭넓게 보장하는 상법개정안 재추진을 공언했습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했던 상법개정안은 한덕수 전 대통령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민주당에서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이 추진되면 기업들의 주주환원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져 중장기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당분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불확실성은 여전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법 개정을 통해 기업의 기배구조가 개선될 경우, 기업들 주가가 전체적으로 오르면서 주식시장이 활황을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증권주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역사적으로 대선 이후 코스피는 상승한 바 있습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총 9번의 대선에서 대선 한 달 이후 주가가 3~4% 상승했으며 1년 뒤에는 14~16% 올랐습니다. 대선 한 달 후, 3개월 후 12개월 후 코스피가 하락한 경우는 9번의 대선 가운데 3번에 불과했습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선 결과가 국내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지만, 이번 대선 이후 기대되는 것은 부동산에 비해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증시 활성화 정책과 2차 추경 등 부양 정책"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차기 정부가 증시 공약을 얼마나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지가 관건"이라며 "대선이 치뤄진 직후 이벤트 소진과 함께 주 후반 미국 고용 및 국내 휴장이 맞물리며 차익실현 물량이 출회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텔코웨어, 자진 상장폐지 추진…"자사주 소각, 강요 어렵다"의견도
 
민주당이 재추진하는 상법개정안은 이사 충실 의무 확대 뿐 아니라 자사주 소각 및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쪼개기 상장 규제 등 소액주주 권리 향상과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핵심으로 합니다. 일부 기업들은 이 같은 정책이 시행될 경우 경영활동 위축을 우려하며 중요 의사결정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통신 솔루션 기업 텔코웨어(078000)는 최대주주 지분율 급감에 따른 경영권 불안을 우려해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자사주 비율은 44.1%에 달해, 외부 간섭이 적은 비상장사로 전환하려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민주당 자본시장 정책으로) 밸류에이션이 낮은 종목이나 기업들이 시장 퇴출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윤선중 동국대 교수는 "기존 보유 자사주에 대한 강제소각은 경영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강요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재명정부의 자사주 소각을 비롯한 주주 우선 정책이 실행될 경우 증권사들은 추가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자사주 소각 및 자진 상장폐지(교환사채 발행) 등의 제반 과정에서 증권사의 채권 발행 수수료 등의 증가가 예상됩니다. 채권발행주관(DCM) 수수료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증권사의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안, 이번엔 현실화될까 
 
이재명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일 경기 성남시 야탑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호소를 하며 '코스피 500달성'을 재차 약속했다.(사진=공동취재)
 
이재명정부의 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금융감독원 기능 개편 예고에 따라 금융당국에서 어수선한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그는 지난달 28일 오후 유세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국내 금융정책은 금융위가, 해외 금융은 기재부가 하는데 금융위는 또 감독 업무도 하고 정책 업무도 하고 뒤섞여 있다"며 "분리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그게 거의 대부분의 부처 조직 개편"이라며 "그 외엔 웬만하면 기존 부처를 손대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현정 의원은 금융감독체계 개편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넘기고, 금융 감독기능과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별도의 독립기구가 맡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은 대선마다 불거지는 '단골 이슈'이지만 금융 분야를 담당하는 정무위원회를 비롯해 당 정책위원회 등의 개편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금융감독기구를 한국은행처럼 규칙제정권을 부여해, 독립시키는 것이 핵심으로 (개편안에 대한) 당 차원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개편안이 현실화할 경우 당장 금융위 일부 직원들이 세종으로 옮겨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이재명정부가 인수위원회 등 준비작업을 거치지 못하고 바로 출범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기구 개편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이뤄질 경우 기관장(금감원장) 인선이 늦어질 것이고, 개편이 미뤄지거나 무산될 경우 기관장 인선이 바로 진행되지 않겠나"라고 말했습니다. 
 
이보라·김주하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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