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3개월 만에 재도전한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 발사체 '스타십'이 9차 시험비행 실패로 끝났지만 달·화성 향한 '대형 로켓 재시험'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비호감에도 재사용(Reuse)·수리(Repair)·재제조(Remanufacturing) 등 3R의 발사체를 통한 원가절감이 우주 시대를 열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입니다. 산업 성장을 위한 혁신 중 제품수명의 주기 연장을 위한 순환경제가 기업 경쟁우위의 원천으로 부상하고 있어 새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27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에서 발사된 스페이스X의 화성 탐사용 우주선 스타십이 9번째 지구궤도 시험비행을 하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에서 발사된 스페이스X의 화성 탐사용 우주선 스타십이 9번째 지구궤도 시험비행을 하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실패 아닌 큰 진전…재사용 로켓 성과
29일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현지시간) 스페이스X의 대형 우주선 스타십의 9번째 시험 비행은 실패가 아닌 '큰 진전'이라고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의 말을 인용·보도했습니다.
이날 시험비행 후 일론 머스크는 옛 트위터인 엑스(X)를 통해 "스타십이 예정된 엔진 컷오프를 달성한 것은 지난 비행보다 큰 진전"이라며 "열 차폐용 타일의 심각한 손실도 없었다. 3~4주마다 시험발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텍사스 우주기지의 연간 최대 5회 발사 허가를 받은 만큼, 이번 9번째 시험비행을 계기로 발사 빈도가 더 높아질 예정입니다. 우리 산업계와 관련 기관 등이 기업의 우주 시장 참여 확대에 맞춰 인공위성, 위성운영 서비스, 발사 서비스 등에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이중 발사체 기술력이 높은 평가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스타십 시험비행 중 한 번 사용한 로켓을 재사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2단 우주선을 궤도로 밀어 올린 재사용 로켓 성과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스페이스X 측의 재사용 증가에 따른 수리비용은 1300만달러 수준에서 2022년 100만달러로 92% 하락한 바 있습니다. 2022년 기준 발사 비용은 6700만달러 수준입니다. 이는 아리안 로켓 등 경쟁업체 발사 가격 5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스페이스X 발사체의 평균 재사용 주기는 2017년 팰컨9가 356일이었으나 2021년 27일, 2022년에는 21일로 단축됐습니다. 더욱이 1단 로켓의 재사용뿐만 아니라 부품도 적극 재활용하면서 재사용 원가절감은 경쟁우위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적재한 화물을 보호하고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재 화물을 덮는 페어링, 화물과 우주인을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실어 나를 때 필요한 카고 드래건(Cargo Dragon)과 크루 드래건(Crew Dragon)의 재사용 캡슐이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스페이스X의 사업 근본은 재사용 발사체를 통한 극적인 원가절감에서 기인하는 데다, 원가절감을 위한 수직 계열화와 극한의 비용 효율화 추구도 높게 평가받는 대목입니다.
이종민 포스코경영연 철강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엔진과 발사체 등 전체 부품의 85%를 캘리포니아 호손지역에서 직접 제조했었다"며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등에서 발휘했던 원가절감 노하우를 스페이스X에 적용하면 기존 업체 제품 대비 원가절감이 가능하다고 판단, 수직계열화를 적극 추진해왔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제조단가 하락도 원가절감의 한 방법인데, 팰컨 9는 9개의 소형 엔진을 클러스터 형식으로 묶은 방식으로 대형 로켓 엔진 하나가 아닌 소형 로켓 엔진 여러 개를 대량 생산해 제조 단가를 절감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종민 연구위원은 "항공 업계는 팰컨9의 개발 비용은 3억달러인데, 비슷한 성능의 발사체를 NASA(나사)가 개발했다면 40억달러 수준이었을 것"이라고 추산했습니다.
29일 포스코경영연구원의 이슈리포트를 보면, 스페이스X 발사체의 평균 재사용 주기는 2017년 팰컨9가 356일이었으나 2021년 27일, 2022년 21일로 단축됐다. (출처=포스코경영연구원)
"재제조 등 3R 전반적 검토 필요"
재활용 생산(Remanufacturing)을 통한 생산원가절감 실현 사례로는 글로벌 건설장비 제조업체인 캐터필러(Caterpillar)도 손에 꼽힙니다. 캐터필러(CAT)는 미국 일리노이주 피오리아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1973년부터 재제조(Remanufacturing & Rebuild operations)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건설기계 종합 생산 부문의 세계 기업입니다.
미국, 유럽, 인도, 브라질, 싱가포르 등에 재제조 공장을 운영하는 이 기업은 재제조 분야에서 40년 이상 신품과 동등한 성능, 신뢰성·보증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재제조 프로그램을 통해 자체 완제품의 생산원가를 절감하고 재생산된 부품을 판매하는 식입니다.
예컨대 디젤차 연료분사장치는 수십만 마일(Mile)마다 홈이 마모돼 교체해야 하나 캐터필러는 레이저 기술을 활용해 홈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등 제조원가를 6분의 1 수준으로 절감시킨다는 게 이종민 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재제조된 부품은 신규 부품 대비 45~85% 수준에 판매되며 부품의 수는 약 8000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제조된 부품 사용 시 신규 부품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도 65~87% 감축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처럼 산업 성장을 위한 천연자원의 무분별한 채취·사용이 구시대적 관행으로 전락하면서 제품수명 주기 연장을 위한 3R이 기업 경쟁우위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겁니다.
이종민 연구위원은 "최근 경영트렌드는 환경 보전과 함께 자원 및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이 기업 경쟁력의 중요 요소로 부각된다"며 "국내 기업들도 생산, 정비 공정 활동에서 발상의 전환으로 3R 관점의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습니다.
이어 "순환경제 측면에서 잠재된 낭비 요소를 제거하고 새로운 원가절감 요소가 있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추가적인 경쟁우위 요소 발굴이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제품 설계·신규 설비 도입 시 부품 재활용·재제조에 대한 설계 작업이 반영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6일 LG전자가 폐전자제품의 재자원화를 통한 순환 경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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