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후보들 간의 공방이 뜨거워지는 것은 당연한데 과도하게 네거티브로 흐르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5월27일 열린 정치·외교 분야의 마지막 TV토론은 가히 극치라고 할 수 있다. 흡사 깔때기처럼 거의 모든 주제 토론을 특정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으로만 치중한 후보가 있는가 하면, 입에 담기 어려운 성폭력성 발언을 여과 없이 전달한 후보도 있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선거 기간만이라도 미래 비전과 정책 중심의 토론으로 전환되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경제정책 논의가 절실하다. 아마도 국민 대부분은 큰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 우리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울 경제 대통령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 먼저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이 예상보다 더 강력하게 추진되면서 교역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내수는 그동안 계속 침체되어 있던 상황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가 찬물을 끼얹으며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주요 경제연구소들과 해외 투자은행들이 올해 성장률 전망을 0%대로 낮추고 있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경제의 기초체력을 의미하는 잠재성장률 자체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저출산에 생산성도 하락하고 있어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간단치 않다. 성장 동력 자체가 거의 소실된 상황이라는 의견도 쉽게 들을 수 있는데 AI, 에너지 전환이나 딥테크 같은 미래 기술을 발전시켜 경제성장으로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우리 경제의 성장 단계와 글로벌 환경에 걸맞는 성장 전략이 제시되어야 한다. 과거 선진국과 기술 격차가 커서 선진국을 추격하는 상황에서는 범용 기술로 빠르게 추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IMF나 WTO의 평가에서 보듯이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따라서 모방을 통한 추격이 아니라 창조를 통한 혁신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체질 개선이 긴요하다. 이런 점을 등한시하고 마구잡이로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경우 경제위기를 극복하기보다 오히려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08년부터 진행된 4대강 정비 사업에는 수십조원이 투입됐다. 주요 강에 16개의 보가 설치되고 하천 준설이 이루어졌는데, 감사원 조사에 따르면 이 사업은 사실상 한반도 대운하 계획을 염두에 두고 추진된 것이다. 예비타당성 조사가 생략되고 건설사 담합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환경적으로도 보 설치로 인한 수질 악화와 녹조 현상 심화, 홍수 예방 효과 미미 등의 역효과를 낳았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결국 경기부양 효과는 미미했고 결실은 소수에게 돌아갔다.
박근혜 정부 시절 주요 경제정책 가운데 하나는 '빚내서 집 사라' 정책이었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금리를 낮추면서 수도권 중심의 주택 가격이 급등했다. 청년층과 중산층의 부채 부담이 늘어 사회적 불평등도 심화되었다. 자금이 부동산으로 집중되면서 기술 분야 투자와 혁신이 위축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윤석열정부에서는 대기업과 고소득층을 위한 감세정책에 따라 중산층과 서민층의 부담이 늘어나는 한편, 수도권 중심 개발로 지역 불균형이 심화됐다. 과학기술 예산을 과도하게 삭감하고 과학기술인을 카르텔로 매도하는 등 기술 발전의 싹을 짓눌렀다고 할 수 있다.
한국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이런 실패한 정책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모방이 아니라 체질 개선과 창조를 기반으로 성장 잠재력을 업그레이드해서 지속 성장으로 연결해야 한다. 또한 혁신과 성장이 소수에게만 국한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모든 국민이 참여해 함께 혁신을 일으킬 때 경제성장은 더욱 빠르고 견고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장 전략의 기반에는 공정한 시장 질서가 있어야 한다. 우리 경제에 만연한 지대추구와 갑의 횡포를 극복하고 시장 질서를 공정하게 세워야 모두가 혁신 성장의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런 비전과 철학을 갖춘 경제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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