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김유정 기자]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첫 일정을 소화한 이재명 후보의 핵심 메시지는 '실용'과 '성장'이었습니다. 이 후보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 이어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묘역까지 참배했는데요. 좌우를 뛰어넘어 국민 통합을 실현하겠다는 이 후보의 의지와 함께 이념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자신만의 실용주의 기조를 부각했습니다. 또 SK하이닉스를 찾아 '친기업' 노선을 명확히 하며 인공지능(AI) 등을 통한 경제 성장에 강조점을 뒀는데요. 여기에 보수진영의 책사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우클릭에 나서며 중도·보수층을 아우르는 외연 확장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내 고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후보는 28일 오전 당 지도부 인사들과 함께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들의 묘역을 참배했습니다. 그는 전직 대통령들 묘역을 참배한 뒤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총재를 거쳐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0년 국무총리를 지낸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묘역도 참배했습니다. 이 후보는 2022년 대선 당시에도 공식 선거운동 첫 일정으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았습니다.
첫날부터 파격 행보…통합·실용·성장 '부각'
탄핵 뒤 2번째 대선 본선행이란 공통점이 있는 이재명 후보와 문재인 전 대통령은 현충원 참배 대상에서 다소 차이를 보였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 서울현충원을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지만, 이때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은 찾지 않았습니다. 이후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때 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습니다.
이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충원 방문에 대한 소회를 밝혔습니다. 그는 "오늘의 묘역 참배가 새로운 (정치적) 도화선이 안 되길 바란다"며 "(저는) 민주당의 후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온 국민의 후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습니다.
민주당은 오는 30일쯤 선대위를 띄우고,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도 중도·보수 확장 행보에 적극 나설 전망입니다. 특히 보수의 책사로 불리는 윤여준 전 장관을 상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겠다고 한 것, 보수당에서 사무총장을 지낸 권오을 전 의원을 영입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 후보는 윤 전 장관을 상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다는 보도에 대해 "윤 전 장관은 평소에도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조언을 많이 구해왔다"며 "선대위를 전체적으로 맡아주십사 부탁을 드렸는데 다행히 받아줬다"고 전했습니다.
윤 전 장관을 상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면서 외연 확장이 가파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 내부적으로는 통합 차원에서 이 후보와 함께 대선 후보로 뛴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을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첫 공약도 '반도체특별법'…"최대 10% 세액공제"
또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 이천의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를 방문해 'AI 메모리 반도체 기업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이 후보는 경선 출마 선언 때에도 첫 공식 일정으로 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프리오사 AI'를 찾은 바 있습니다. 경선 출마 직후와 대선 후보 확정 직후 모두 반도체 기업을 찾는다는 점은 이번 대선에서 AI 등 경제 이슈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민생을 개선하려면 경제가 활성화돼야 하고 경제 활성화의 주체는 결국 기업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반도체 분야에 대한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등 논쟁적인 사안은 이날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첫 공약으로도 반도체특별법 제정을 발표하며 친기업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이 후보는 "반도체에 대한 세제 혜택을 넓힐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국내에서 생산·판매되는 반도체에는 최대 10% 생산세액공제를 적용해 반도체 기업에 힘을 실어주겠다"며 "반도체 기업의 국내 유턴을 지원해 공급망 생태계도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승만·박정희 묘역을 참배하며 첫 방문지로 SK하이닉스를 택한 것도 전략적 행보로 읽힙니다. 후보 확정 뒤 첫날 보수정권 대통령 묘역 참배에 이어 대기업 방문에 나선 것인데요. 이러한 행보는 사실상 역대 민주당 계열 정당의 대선 후보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행보입니다.
앞서 2007년 대선 당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당의 후보로 확정된 이후 첫 일정으로 동대문 평화시장을 찾았습니다. 2012년 대선 땐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구로디지털단지 태평양물산을 방문해 '일자리 대통령'으로서의 행보를 보였습니다. 이후 2017년 대선 땐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향해 지지층 결집에 나섰습니다. 2022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첫 일정은 질병관리청 방문이었습니다. 코로나19 대응 상황을 챙기며 국민 안전을 강조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28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서 열린 'K-반도체' AI메모리반도체 기업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굳어지는 '이재명 대세론'…다자·3자 모두 '압도적'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의 대선 1강 구도는 더욱 굳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여야 다자·3자 구도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압도적이었습니다.
이날 공표된 <에너지경제·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4월23~25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무선 ARS 방식)에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가 48.5%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국민의힘의 김문수 후보 13.4%, 홍준표 후보 10.2%, 한동훈 후보 9.7%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후보는 대선 후보 3자 가상 대결에서 어떤 국민의힘 후보와 붙어도 50%를 넘는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재명 50.9% 대 김문수 23.3% 대 이준석 7.4%, 이재명 51.9% 대 안철수 10.5% 대 이준석 6.6%, 이재명 51.5% 대 홍준표 21.9% 대 이준석 6.6%, 이재명 50.7% 대 한동훈 16.8% 대 이준석 7.8%였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김유정 기자 pyun979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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