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꺼져가는 혁신을 깨우는 힘
2025-03-18 06:00:00 2025-03-18 06:00:00
기술 기반 스타트업 창업 시장이 4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4년 창업 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정보통신·첨단과학기술 등을 포함한 기술 스타트업 창업 수는 21만4917개로 전년 대비 2.9% 감소했다. 2021년 23만9620개, 2022년 22만9416개, 2023년 22만1436개로 이어진 하향 곡선이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경기 불황에 따른 벤처캐피털(VC)의 투자 환경 악화와 함께 국내 스타트업을 옥죄는 각종 규제로 인해 해외 자본의 이탈이 가속화된 점이 꼽힌다. 벤처투자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VC가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은 4746억원으로, 2021년 1조1724억원에 비해 무려 59.5%나 감소했다. 한때 새로운 기회를 찾아 한국 시장으로 몰려들던 해외 자본이 빠르게 발을 빼는 상황이다. 경기 침체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과도한 규제까지 겹쳐 국제 경쟁력이 크게 약화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문제는 기술 스타트업이 미래 혁신의 핵심 동력이라는 점이다. 신기술과 신산업의 등장은 기존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파괴적 혁신'을 촉진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하지만 현재 국내 창업 환경은 이러한 창조적 파괴를 이끌어낼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월 기자회견에서 "지난 10년 동안 새로운 산업을 제대로 도입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혁신 부재가 한국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창의성과 역동성을 가로막는 규제를 과감히 정비하고 스타트업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실패 친화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불필요한 규제를 제거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벤처 생태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유연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초기 투자 리스크 완화를 위한 보증제도 확대, 해외 자본 유치를 위한 규제 완화, 그리고 스타트업의 실패 경험을 자산으로 삼는 기업 문화 정착 등이 대표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기술 스타트업 창업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은 단순한 경고등이 아니다. 이는 우리 경제의 미래를 이끌 혁신 기반이 메말라가고 있다는 심각한 신호다. 창조적 파괴 없이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어렵다. 이제라도 대담한 규제 개혁과 적절한 투자 유인책을 병행해 스타트업이 혁신의 불씨를 되살리고, 경제 전반을 다시 뜨겁게 달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앞으로 5년, 10년 뒤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원동력이다. 정부와 기업은 긴밀히 협력해 장기적 지원 정책을 마련해 미래를 여는 열쇠를 만들어야 할 때다.
 
오승주 정책금융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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