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 산업 시대를 맞아 우리 농식품 산업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중 가장 주목받는 분야가 스마트팜이다. 농업은 대표적인 기후 의존적인 산업이며, 이상기후로 인한 생산성 감소를 막기 위해 스마트팜이 등장하였다. 스마트팜이란 빅데이터, AI, 무인자동화 등 융합기술을 온실?축사 등에 접목해 작물과 가축의 생육환경을 관리할 수 있는 지능화된 시설 농장을 말한다. 기후의 영향을 덜 받는 시설에서 원격?자동 방식 등 최소한의 노동력 및 에너지를 투입해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고품질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문제는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초기 투자비가 대단히 크며, 안정적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규모화와 함께 상당한 수준의 기술적?경영적 역량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스마트팜이 어느 정도 수익성을 가지려면 최소 2,000평 정도는 되야 하는데 그 정도 규모에 대한 투자금은 최소 15억 원에 달한다. 이 경우 순수익은 잘해야 1억이 되는데, 이 마저도 기술적 역량에 기초한 효율적인 생산, 안정적 매출 확보가 가능하다는 가정 하에서 산출한 결과이다.
필자는 스마트팜이 4차 산업 시대에 우리 농식품 산업을 이끌어 갈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올바르고 현실적인 스마트팜 정책이 뒷받침 된다는 전제 하에서만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정부는 그 동안 4개의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조성하여 생산, 교육, 연구에 집중해 왔으며, 스마트팜을 시작하려는 농가에게 초기 투자자금을 지원해 왔다. 물론 정부의 이러한 스마트팜 정책이 효과가 없었다고 볼 수는 없으나 앞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스마트팜은 규모화, 전문화가 필요한 분야인데 과연 개별 농가의 노력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얼마나 높을지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스마트팜에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법인화, 기업화를 통한 규모의 확대가 불가피하다. 네덜란드, 미국, 일본 등 스마트팜 선도국의 경우 민간기업의 자금지원을 받은 농가 중심으로 규모화, 전문화를 추진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경우 2013년 동부팜한농과 2016년 LG CNS가 스마트팜사업에 진출하려 했지만 농가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거센 비판으로 무산된 바 있다. 이제는 농민단체도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기업과 농민이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할 시기이다. 예컨대, 기업은 주식회사로서 자본을 지원하고 안정적 매출처를 확보하며, 농민들은 생산에만 집중하고, 내수와 수출을 구분하는 방안 등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정부 정책도 스마트팜의 규모화를 유도하는 방안으로 초점을 맞출 때 무역 개방화 시대에 우리 농식품 산업이 생존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미래 지향적인 스마트팜 정책으로 도심형 스마트팜 육성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 도심형 스마트팜이란 도시 옥상의 컨테이너 박스 또는 수직형 스마트팜을 의미한다. 온라인 시대에 도시 건물들에 공실이 많이 생기는 요즈음 검토할 만한 정책이라고 생각된다. 장점으로는 도시의 유휴공간 활용, 생산지와 소비지 간 거리 최소화로 운송비 등 유통비용 절감, 친환경ㆍ무공해 안심농산물 공급, 도시청년 창업 및 일자리 창출 등을 들 수 있다. 한계는 역시 초기 투자비용과 인건비 등 운영비, 그리고 안정적 매출처 확보라고 할 수 있겠다. 공항, 대규모 급식단지 등 확실하고 안정적인 대규모 매출처 인근에 위치하여 운송비 등 유통비용을 최소화하는 입지를 확보하는 것이 농촌 스마트팜과 차별화할 수 있는 도심형 스마트팜 전략이 될 것이다.
정부는 스마트팜의 장점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농가들의 애로사항을 정확히 파악하고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한 현실적인 정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자칫하면 정부가 귀한 세금으로 조성된 정책자금을 비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으며, 스마트팜 장비업체들의 배만 불리는 비효과적인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차 산업과 무역 개방화가 가속화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농식품 산업의 활성화를 위하여 농업인, 유통업자, 민간기업, 정부, 지자체 등의 긴밀한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정원호 한국식품유통학회장, 부산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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