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비롯 각 직위의 권한대행체제가 제법 갈 것 같다.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탄핵소추안이 인용된다면 그로부터 60일 이내에 대통령선거를 치른다. 앞으로도 5~6개월,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상 유지될 것이다. 최상목 대통령권한대행이 어려운 상황속에서 국정을 아슬아슬하게 운영하고 있다. 고충이 클 것이다. ‘아슬아슬’로 나라를 반 년 가까이 운영한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다. 정치건 경제건 불확실성이 가장 위험하다. 불확실성은 불안요인이고, 현 국면의 불안은 위험으로 직결된다. 두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이 글을 쓰는 13일 현재, 윤석열대통령 체포영장은 미집행 상태라는 점을 미리 밝힌다).
체포영장 저항은 무정부상태 선언하는 것
우선 윤 대통령 체포영장에 관한 것이다. 작년 12/3에 계엄이 발령됐으니 40일이 흐르고 있다. 위헌적 계엄의 종범들은 구속수사중인데, 발령자이자 우두머리인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 한 마디로 무정부상태다. 무정부상태를 막으라고 헌법은 권한대행체제를 두고 있다. 대행 승계 순간부터 기존 대통령실은 대행자의 업무를 보좌하도록 돼있다. 최 대행의 전임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행직무를 시작하던 날,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 시간 부로 대통령실은 대행자의 보좌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연한 일이다. 최 대행은 국가기관에 의해 발부된 영장이 정상적으로 집행되게 할 의무가 있다.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의무다. 여야 합의에 맡길 정치적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간 최 대행은 “체포과정에서 시민이나 공무원이 다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 맞다. 누구도 다쳐서는 안된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최 대행이 대통령경호처에 ‘저항금지’를 지시하면 된다. 경호처 지휘권은 대통령권한대행에게 있다. 모든 권한과 직무가 정지된 윤석열대통령에게가 아니라, 대행에게. 이 당연한 걸 왜 여러 차례 언급해야 하나. 영장집행은 야당을 돕는 게 아니라 국법을 준수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적 타결 대상이나 여야 합의사항이 아니다. 수사협조 지시는 최 대행이 대행 시작 첫 날부터 강조해온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기도 하다. 체포가 늦어질수록 국격 훼손은 물론 경제에도 좋지 않다. 그건 경제통인 최 대행이 더 잘 아는 일이다. 영장집행은 테러나 공격이 아니다. 그러므로 대통령경호법상 ‘경호대상자에 대한 위해’가 아니라는 건 재론의 여지가 없다. 영장집행이 늦어질수록 찬반으로 나뉜 집회참가자들의 충돌 가능성이 높아진다. “누구도 다쳐서는 안된다”는 본인 지론답게 신속 집행이 정답이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코스 요리 주문하나
‘관할 법원이 어떻다, 차라리 구속영장으로 해달라, 체포 말고 기소를 해달라, 수갑은 좀 그렇다…’. 고급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 주문인가. 일반 국민이 저렇게 흥정하는 경우를 봤는가. 저게 법 앞의 만인평등인가. 범법 혐의자의 무도함을 언제까지 두고보려 하나. 사실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경호처에 “2차 체포영장 집행 시 무력사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국기문란이자 헌법파괴다. 최 대행은 국헌준수 의무자다.
다음은 여야합의를 요구하며 임명을 보류했던 마은혁 헌법재판관 건이다. 국회가 청문회를 거쳐 ‘선출’했으면 헌재재판관 후보자는 더 이상 후보자가 아니다.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해야 재판관이 되는 대통령 몫과 다르다. 국회의 선출로 헌재재판관의 법적 지위를 획득하는 것이다. 국회가 선출한 세 명 중 한 사람만 뺀 것 역시 법률위배다. 헌법재판소법에는 “대통령은 국회와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헌법재판관 각 3인을 임명한다”고 돼있다. 심의나 심사, 여야합의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그냥 ‘임명 행위만’ 하는 것이다. 서울에서 부산에 갈 때 대전을 거치는 것처럼.
마은혁 헌재재판관, 차별-조건없이 즉각 임명돼야
최 대행의 ‘여야 합의요구’는 전임 한덕수대행에 편승하는 무소신이자, 국회 의결 무시다. 3인의 재판관 선출은 여야가 이미 합의했던 사항이기 때문이다. 마은혁 재판관은 차별이나 조건없이 즉각 임명되어야 한다.
최 대행은 각종 재판과 여야 상황을 관망하며 몇 달 간 잠시 때운다는 자세가 아니라, 국정책임자로서 이 상황을 적극 수습해가야 하며, 헌재에서 탄핵안이 인용된다면 새 정부 출범 때까지 각종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되도록 권한을 행사해야 하고. 그게 국정책임자다. 권한대행은 직위만 대행일 뿐, 직책은 대통령이다.
이강윤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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