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왼쪽)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미국·유럽·중동으로부터 몰아치는 외교·안보의 '삼각 파고'가 한반도를 덮쳤습니다. 이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도 카운트다운에 돌입할 전망입니다. 한반도 정세의 큰 변수가 될 미국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러시아의 한반도 개입 가능성을 열어줄 북한군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투입 시기도 임박했습니다. 악화일로를 걷는 중동 정세 역시 유가 상승에 따른 한국 내 경제적 불안감을 높이고 있는데요.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반도 정세의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미국 대선이 다음 달 5일(현지시간) 진행됩니다. 무엇보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매우 다른 접근법을 갖고 있는데요.
트럼프 재집권 시 대북 문제 '새 국면'
해리스 부통령이 '동맹'을 중시한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철저하게 '국익 중심'으로 접근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 격변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특히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방위비 분담금과 대북 문제 등도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해리스 부통령은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게 되면 방위비 협정을 파기하고 한국에 더 많은 분담금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재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그는 한국을 '머니 머신' 비유하며 분담금을 현재의 9배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접근법에서도 두 후보의 태도는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외교 재개를 시도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도 재임 초기 김 위원장에게 "무기를 만들지 말고 해변에서 쉬라", "당신 나라 해안에 콘도를 짓자"고 말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대로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2018년 9월9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북한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행진하고 있는 북한 군인들의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한반도 안보 뒤흔드는 '북한군 파병'
북한의 대규모 러시아 파병도 한반도 정세에 큰 파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돕기 위해 파병된 북한군이 격전지인 쿠르스크에 집결한 데 이어 최전선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최대 5000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화상 연설에서 "북한군이 며칠 안에 전장에 가세할 수 있다"고 거듭 경고했습니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면서 북한과 러시아는 확실한 동맹관계로 자리 잡았습니다. 양국은 지난 6월 상호 군사 지원 조항이 포함된 조약을 체결했고, 최근 러시아 하원에서 이를 비준하면서 혈맹 관계로까지 진전됐다는 평가도 나오는데요. 북·러 밀착으로 한국의 안보에는 심각한 불안정 요인이 추가됐습니다. 북한이 군대까지 보내 러시아를 도와준 만큼, 러시아도 북한의 유사시에 한반도에 파병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사시 러시아군의 개입 가능성은 한반도 평화에 크나큰 악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평양에 무인기가 추락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놓고도 남북의 대립은 더욱 격화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날 평양에 추락한 무인기를 분해·분석한 결과 이륙 지역이 '백령도'로 확인됐다며 한국군이 의도적으로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했지만, 군 당국은 북측 주장에 대해 "대꾸할 가치도, 확인해 줄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특히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무인기 사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군을 조롱하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는데요. 김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서울에서 무인기가 삐라(전단)를 살포하면 어떻게 짖어댈지 궁금하다"며 불쾌함을 표시했습니다.
사진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격화되는 중동 정세, 한국 경제 '뇌관'
격화되고 있는 중동 정세도 한국의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힙니다. 실제 이스라엘이 보복 공습 차원에서 이란의 핵시설과 정유시설 등을 타격할 것이란 예상이 흘러나오자, 국제 유가가 급등하기도 했는데요. 다만 이스라엘방위군이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과 이란 남서부 3곳의 석유 생산 시설이나 핵 시설 등은 피해 제한된 범위에서만 타격을 진행하자 유가는 다시 하락했습니다.
현재로선 이란이 당장 보복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데요. 양국 간 충돌이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가자 전쟁 휴전 논의도 재개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추가 보복 여부 등에 따라 국제유가가 뛸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각에선 중동정세가 격화하면 향후 국제 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돌파할 수도 있단 전망이 제기되는데요. 이에 따라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중동 상황에 집중해 운영한다는 계획입니다.
최근 불확실한 대외 여건 속에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우크라이나, 중동 지역 등 최근 고조되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대외경제 불안 요인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고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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