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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현대제철(004020)이 제소한 중국산 후판 반덤핑 실효성이 제소 당시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WTO 규정에 따라 반덤핑 관세는 조사 개시일부터 최종 판정일까지 수입되는 물품에 부과되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조사 개시일인 10월4일 이후 중국산 후판 수입량이 줄어들 경우 향후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다 해도 관세의 효과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월 말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대책 발표 이후 중국산 철강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국산 철강 수입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현대제철)
밀려드는 중국산 후판에 반덤핑 조사 시작
1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는 현대제철이 요청한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 신청을 수용해 반덤핑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이에 조사 개시일 이후 3개월간 예비조사가 이뤄진 후 내년부터 본조사 절차가 이어질 예정이다.
현대제철이 중국산 후판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신청한 이유는 중국산 후판 유입 증가에 따른 국내 철강 생산량 감소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후판은 조선 혹은 건설 등에 사용되는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조선과 건설 산업에서 주로 사용된다.
저렴한 중국산 후판이 낮은 가격으로 국내 시장에 유입되자 현대제철 등 국내 후판 제조사들의 생산량이 줄어드는 등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산 후판 등 철강 제품은 국내보다 인건비, 연료비 등 생산 단가가 낮아 국산 후판보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이 반덤핑 제소 신청을 한 지난 7월 중국산 후판의 수출 가격은 1톤당 500달러 초반까지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중국산 후판의 수출 가격은 1톤당 600달러대로 알려졌는데, 이보다 한층 더 하락한 것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산 후판 가격은 중국산보다 1톤당 10만원가량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산 후판 가격이 낮아지자 수입량도 지난해 보다 더 늘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산 후판의 수입량(77만2000톤)은 지난해 상반기(71만1000톤)보다 8.6% 증가했다. 중국산 후판 수입이 늘자 현대제철의 올해 상반기 후판 생산량은 124만7000톤으로 지난해 상반기(132만7000톤)에 비해 6% 감소하는 등 악영향을 받았다.
중국산 후판 등 철강 수입량은 중국 내 철강 가격과 반비례하는 모습이다. 중국 철강 가격이 오르면 중국 업체들의 수익성이 강화되기 때문에 수출을 통해 수익성을 보강할 요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수출이 줄어들 경우 국내 철강 산업계의 생산량도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반덤핑 관세 부과 실효성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높아지는 중국산 철강 가격에 실효성 낮아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의 실효성이 커지기 위해서는 10월부터 수입되는 중국산 후판의 수입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야 한다. WTO 규정에 따르면 향후 반덤핑 사실이 인정돼 관세가 부과될 경우 조사 개시일(10월4일)부터 최종 판정일 사이에 수입된 중국산 후판에 대해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다. 관세 부과 후판의 수입량이 늘어나면 관세 부과의 효과도 증가한다. 반대로 수입량이 줄어들 경우 관세를 부과할 물품의 수량이 적어 실효성도 낮아진다.
최근 중국 철강 가격의 동향을 살펴보면, 수입량 증가보다는 감소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올해 꾸준히 하락해왔던 중국산 철강 가격이 지난 9월 하순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 발표에 따라 급등했기 때문이다. 철강 및 관련 업계에서는 중국산 철강의 지속적 가격 하락을 근거로 수입량 증가가 이어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가격이 반전되며 이러한 전망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철강의 수출 가격은 지난 9월 초 1톤당 400달러 후반에 머물렀지만 9월 말 1톤당 500달러 중반으로 10% 이상 가파르게 상승했다. 중국 내 철강 가격 상승은 수출 가격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수출 가격에도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통상 1개월가량 소요되는 수출 기간을 고려하면 가격이 상승할 경우 시간 소모를 감수하고 낮은 가격의 후판을 수입할 요인도 줄어든다.
관련 업계에서는 중국산 철강 가격의 상승을 전망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 인하를 시작했고, 중국이 연말까지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적인 부양책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말까지 철강 가격이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9월 1톤당 90달러 초반까지 떨어졌던 철광석 가격도 10월 현재 1톤당 106달러로 15%가량 상승했다.
한편, 10월 들어 급등한 중국산 철강 가격에 현재 진행 중인 올해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의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반기마다 후판 가격을 두고 협상을 진행한다.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 하락에 하반기 협상에서 조선업계가 유리할 것이라 관측됐지만, 중국산 철강 가격이 기습적으로 급등하면서 철강업계가 협상에서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늘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제철의 중국산 후판 반덤핑 제소는 지나치게 낮은 중국산 후판 수입 가격을 정상화한다는 측면에서 영향이 있고, 전 세계적으로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무역 장벽을 세우는 추세 속에 우리나라도 흐름에 맞춰 무분별한 중국산 철강 제품 수입을 막을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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