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원전사고비용이 대부분 국민혈세로 담보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실제 한국전력공사가 추산한 원전사고비용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의 배상책임 규모는 0.1% 수준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배상은 사실상 모두 세금으로 메꿔야 합니다. 이런 사고비용을 고려하면 원전 경제성도 타 에너지원에 비해 과다계상돼 있단 논란도 야기합니다.
25일 건설원가 전문가인 한 제보자에 따르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 원전에도 사고 발생 시 손해배상비용을 계산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한전이 직접 균등화 발전원가 보고서(2028년1월)를 통해 손해비용을 추산하기도 했습니다. 한전이 추산한 최대 비용은 원전별 평균 1421조원입니다. 여기서 한수원의 관련 법상 배상책임은 기당 평균 1조50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는 0.1% 수준으로, 나머지 손해액 1419조5000억원(99.9%)은 모두 국가배상책임으로 계산됩니다. 이는 국가 세원으로 감당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99.9%에 해당하는 손해배상액에 대해 연간 납입보험료가 없는 부분은 원전 경제성이 과대평가돼 있다는 논란으로 연결됩니다. 원전 경제성 평가 시 비용 항목에 한수원이 지는 보험원가만 가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원가도 본래는 배상책임한도가 없었으나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손해사정이 추산 가능해지자 사업자 부담을 고려해 생겼습니다. 이로써 실제 손해가 발생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피해보상은 국민 세금으로 감당해야 합니다.
또 원자력손해배상법 제5조는 ‘원자력사업자는 원자력손해를 배상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손해배상조치)를 하기 전에는 원자로의 운전 등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피해배상조치가 90% 이상 이뤄지지 않고 있는 부분은 이런 법상 취지도 훼손합니다. 다만, 위법한지 여부는 법리해석이 필요합니다.
한 손해사정 전문가는 “법률규정상 배상조치할 주체가 원자력사업자로 한정돼 있다. 그래서 한수원만 보험계약이 필요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국가배상책임의 정부는 사업자보단 감독당국으로 보여, 위법한 문제는 피했을 듯하다”고 해석했습니다. 이와 관련, 산자부 측은 해당 내용이 원자력안전위 소관이라 하고 안전위 측은 산자부 소관이라 해, 구체적 입장을 듣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사고 시 국민 혈세 부담이 천문학적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에서 신규 원전 3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추가하기로 해 새로운 국민 부담이 늘어납니다.
정부가 원전에 매달리며 RE100(신재생에너지 100% 사용)이 소외되는 논란도 있습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지난 23일부터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RE100 대응방안을 마련하라'는 1인 시위 및 피케팅을 시작했습니다. 국내 RE100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 산업 공동화가 생길 것이란 우려 때문입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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